“노숙 아니면 고독사죠”…재개발 철거민들의 혹한기 / KBS뉴스(News)

“노숙 아니면 고독사죠”…재개발 철거민들의 혹한기 / KBS뉴스(News)

얼마 전 서울 아현동 재건축 지역 철거민이었던 고 박준경 씨가 폭력적인 강제집행에 항의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죠. 이 엄동설한에도 온기가 끊어진 재건축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철거민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이들의 딱한 사연을 김민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골목마다 내걸린 현수막, 곧 철거가 예정된 곳입니다.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이곳에도 사람들은 삽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다닥다닥 붙은 방이 나옵니다. ["(여기는 거주하기 쉽지가 않겠는데요...) 그러니까 내가 보여주기 싫어서..."] 방 안에 폐지가 가득합니다. 내다 팔 것들입니다. [윤순근/재개발 지역 세입자 : "좁지만 생활하다 보면 익숙해져요."] 15년이나 살았던 방, 이젠 비워줘야 합니다. 통장에 남은 건 단돈 3,297원, 갈 곳이 없습니다. [윤순근/재개발 지역 세입자 : "누구하고 접촉하기도 싫고...여기서 만약에 관리 잘못하면 고독사라든가..."] 62살 조종태 씨가 사는 집, 난방이 멈춘 지 오래, 온수는 꿈도 꿀 수 없습니다. 10년 넘게 보증금 100만원, 월세 8만원에 살았는데 이젠 나가야 합니다. [조종태/재개발 지역 세입자 : "(쫓겨나면) 노숙자죠. 어디가서 있을 때도 없고. 내가 또 저사람들(노숙자)하고 똑같은 신세가 되려나 걱정도 되고. 울고 싶죠."] 가파른 계단을 올라 간 건물 옥상, 여기도 방이 있습니다. 수도는 얼었고, 쪽방 한켠에 변기를 설치했습니다. 집 주인은 50대 세입자, 하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습니다. [주변 이웃 : "여기 주무시다 뇌 혈관이 터졌어요. 병원 가 보니까 뇌가 혈관이 터졌다고. 중환자실에 있어요."] 청와대 앞 분수광장, 8개월 째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재개발 지역에 집을 가지고 있었던 A씨, 청산 과정에 재개발 조합에서 받은 돈으로 세입자 보증금을 주고 나니 남는 게 한푼도 없었다고 합니다. ["나가도 못 살아요. 뭐가 있어야 살죠. 근데 왜 돌아보지를 않아요. 왜 국민을 살피지 않나요. 내가 무슨 죄를 졌기에..."]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지 묻고 싶습니다. ["건설사가 이익 보는 사업이지... 어떻게 이게 공익사업인가요?"] KBS 뉴스 김민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