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밥상][예고] 무치고 버무리다, 한국인의 나물 밥상 ㅣKBS 방송

[#한국인의밥상][예고] 무치고 버무리다, 한국인의 나물 밥상 ㅣKBS 방송

■ 2022년 5월 26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 8시 30분 나물은 우리와 늘 함께했던 음식이다 생으로 쌈을 싸 먹기도 하고, 데쳐서 무쳐 먹기도 하고, 말렸다가 묵은 나물로도 먹으니, 늘 밥상에 빠질 새가 없었다 겨우내 땅속에서 뿌리를 내렸다가 기다렸다는 듯 지천으로 피어나는 각양각색의 나물 나물과 함께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었던 ‘나물 민족’의 식생활을 돌아본다 ■ 산과 들의 선물, 봄나물이 지천으로 피어나다 – 양평 갈현마을 우거진 수풀 속 세찬 물줄기가 기개를 펼치듯 흐르는 용문산의 한 오지 마을 고개 너머 1,300고지에 다다르면 파릇파릇한 나물들이 손을 흔들며 반겨준다 내륙 마을 사람들에게 나물은 생업이자 위로였다 자연의 기운을 머금은 나물들은 큰 솥에 삶아 고소한 들기름에 무쳐내면 맛도 모양도 다양한 반찬이 된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 육개장에 고기 대신 넣은 ‘고비’는 고기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던 나물이었다 또 ‘수리취’라 불리는 나물로는 나물 떡을 만들어서 여름 더위를 대비하곤 했었다 용문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쓴맛과 단맛이 어우러진 나물 맛 가득한 밥상을 만나본다 ■ 나물은 손맛이다 – 법송 스님의 사찰 나물 밥상 충남 공주 태화산 자락에 있는 고즈넉한 암자에서 만난 사찰음식 전문가 나물을 비롯한 자연의 먹거리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계신 법송 스님은 식자재를 대하는 태도도 남다르다 생으로 버무리는 초피나무잎은 서로 멍이 들지 않도록 살살 무쳐준다 오래도록 삶은 머윗대는 본연의 맛이 깨어날 수 있도록 팍팍 무쳐낸다 손의 악력과 열기에 따라 나물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여기에 법송 스님이 좋아하는 나물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나물로 만든 비빔국수와 나물로 만든 부각이다 손이 많이 가지만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별미다 나물은 때로 약을 구하기 어려운 스님들의 구충제 역할을 해줬고, 심심한 입맛을 돋워주는 역할도 했었다 나물을 대하는 자세를 통해 삶의 지혜까지 맛 본다 ■ 보릿고개 시절, 나물에게 위로받다 경남 사천 초전마을에는 푸른 보리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보릿고개 시절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겪었을 초전마을 사람들은 냇가에서 ‘꼽시리’라 불리는 고기를 잡으며 허기를 달랬다 아직 덜 익은 풋보리밭에는 잡초마저도 일용할 양식이었다 ‘모메삭’이라 불리는 메꽃과 ‘아장카리’라 불리는 꼭두서니는 초전마을 어르신들만이 아는 추억의 밭 나물 요즘엔 보기 힘들어졌지만, 예전엔 아버지가 가는 쟁기 뒤를 쫓아다니며 주울 정도로 많이 있었단다 그렇게 배고픔을 달래주던 음식은 무엇이 있었을까 억센 아장카리는 된장으로 버무리면 건강에 좋은 반찬이 됐고, 모메삭을 넣어 만든 ‘밭나물된장국’은 그 옛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던 몇 안 되는 음식이었다 지근지근 땅에서 올라온 보리들 잘 자라나라고 부르던 노래에 맞춰 먹던 음식은 바로 ‘보리죽’ 곡식이 귀하니 이보다 더 소중한 요리가 없었다 초전마을 사람들의 보릿고개 시절을 달래주던 음식을 차려본다 ■ 건강식 나물, 제2의 전성기를 맞다 우리 민족처럼 ‘나물’을 잊지 못하는 민족도 없다 그중 한 명이 ‘스티브’라는 이름을 가진 이상국 씨다 미국에서 지냈던 지난 30년 동안 한국의 맛이 그리웠다는 이상국 씨는 그 한국의 맛이 그리워 다시 고향 땅으로 돌아왔다 그가 가장 잊을 수 없는 음식으로 꼽는 것은 어머니가 조물조물 무쳐주던 ‘취나물’과 ‘고춧잎무침’이다 오늘은 이상국 씨를 위해 사촌 동생이자 내림 음식 요리연구가인 이명아 씨가 나물 만찬을 준비했다 ‘나물샐러드’와 닭고기와 함께 먹는 ‘나물 샤부샤부’, 초록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나물주먹밥’이 그것이다 예전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나물을 먹었다면 이제는 건강을 위해 일부러 찾는 음식이 됐다 늘 곁에서 있어서 몰랐지만, 누구보다 든든한 친구이자 늘 그리운 맛 나물에게서 변치 않는 겸손의 미덕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