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여전히, [비자림로 3년의 기록]
숲이 베어진다는 것은 실로 무참한 일이었다. 눈앞에서 10m가 넘는 나무들이 맥없이 쓰러져갈 때마다, 낮고 작은 이끼부터 높은 나뭇가지에 둥지를 튼 숲새까지 수많은 생명들의 세계가 송두리째 사라졌다. 도로확장을 명분으로 자연에 가해진 폭력의 잔혹함을 목격한 시민들은 아연했다. 애당초 ‘법정보호종 서식지가 없다’라고 기록한 환경영향평가와는 달리, ‘비자림로 숲’이라 불리는 이곳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벼랑 끝 생물종 다수가 발견됐다. 이 같은 절차상 문제점이 드러나며 공사는 몇 차례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코로나19가 창궐했고, 기후위기는 심화했다. 다시 여름을 맞은 비자림로 숲을 찾아 변화를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