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김경문 이사악 사제)2023년 12월 31일 성탄1주일 감사성찬례 [성공회대학로교회]
2023년 12월 31일 성탄1주일일 감사성찬례 [성공회대학로교회] 1독서: 이사 61:10-62:3 시편: 시편 148 2독서: 갈라 4:4-7 복음서: 루가 2:22-40 말씀묵상: 일상 속에 거하시는 예수님 by 차성봉 애단 사제 오늘은 성탄 1주일입니다 우리는 이번주에도 예수님의 탄생을 마음껏 기뻐할 수 있습니다 작은 아기의 몸으로 오신 예수님은, 우리 모두가 그렇듯, 아이가 되고 소년이 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쳤을 것입니다 성서는 예수님의 성장 과정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몇몇 성서구절을 통해 예수님이 어떻게 자라나셨을지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오늘의 복음서 말씀은 어린 예수님이 당시 다른 유대인 아이처럼, 부모님의 품에 안겨 예루살렘 성에 오르는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레위기 12장에 따르면 여자가 아들을 낳으면 40일 동안 부정하게 됩니다 그동안 아이를 낳은 엄마는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정해진 기간이 끝나는 날, 마리아는 아이를 데리고 아빠와 함께 성전에 가서 정화예식을 드렸습니다 이 예식은 엄마를 위한 것이지만, 아이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이는 예수님이 경험한 세 번째 통과의례였습니다 한편, 율법에 따라 맏아들은 태어난 지 30일이 되면 예루살렘 성전에서 대속을 받아야 했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모든 맏이는 다 하느님의 것이고, 사람의 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맏아들은 장래 모든 분쟁에 있어 가족의 제1의 권위자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장자가 된다는 것은 특별한 지위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맏아들로서 하느님께 바쳐지는, 헌신의 의식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것이 두 번째 통과의례였습니다 예수님이 경험한 첫 번째 통과의례는 바로 할례였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태어난 지 8일 만에 할례를 받으셨고, 이 선성한 예식을 위해 모든 가족은 이 아기의 집으로 모였을 것입니다 고대 유대민족의 할례는 가정종교예식이라 집에서 가족과 함께 행해졌습니다 이 날은 동시에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할례를 통해 하느님과 계약을 맺으며 동시에 이름을 가지게 됩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아이에게 예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예수 그 시대의 흔한 이름입니다 이처럼 예수님도 유대인의 통과의례를 경험하셨습니다 이는 예수님이 완전한 인간이셨고, 완전한 아이였음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신약성서 곳곳에 드러나 있듯, 예수님은 저와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살과 피를 지닌 인간이셨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완전한 인간인 동시에 완전한 신이심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예수님의 인성은 종종 그리스도인들에게 회피의 대상이 됩니다 성육신, 하느님께서 완전한 인간으로 우리에게 오셨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불편하게 느낍니다 우리는 아기 예수님이 엄청난 힘과 능력을 가진 전능한 신이 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러나 성서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신은, 아프고 슬프고 실수도 하고 괴롭기도 하지만 사랑과 능력과 강한 의지를 가진 신입니다 예수님의 인성을 강조하는게 왜 중요할까요? 그것은 예수님의 인성이 하느님의 인성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인간으로, 다시 말해 매우 평범하게 오십니다 세례를 통해, 말씀을 통해, 성찬의 빵과 포도주를 통해 하느님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오십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그분의 사랑을 표현하시기 위해,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평범하고 자연스럽고 겸손한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서에 나오는 시므온은 메시야를 기다리는 노인입니다 그는 어떤 기적도, 표식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는 단지 한 아기, 아기 예수를 보고 “주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구원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 라고 고백합니다 그는 평범한 아이를 보았고, 믿었습니다 여든네 살의 과부, 예언자 안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떠한 기적도 보지 못했지만, 단지 한 아기를 보고 구원을 확인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인간 속의 한 인간으로 오셨습니다 아픔 속의 아픔으로, 슬픔 속의 슬픔으로, 기쁨 속의 기쁨으로, 희망 속의 희망으로 오셨습니다 놀라운 일이 없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그 평범함을 통해 아기 예수를 만납니다 그 작은 아기가 우리의 기쁨과 고통 속에서 우리와 함께 웃고 눈물을 흘린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믿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탄의 의미입니다 그리스도는 살아있는 아기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2023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 한 해 동안 우리의 삶을 지탱해온 평범한 일상에 수고했다고, 고맙다고 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 일상과 함께 새날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익숙한 평범한 삶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셨습니다 주어진 평범한 일상 속에서 늘 주님을 만나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