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첫사랑’ 담은 북한 악기 소해금 / KBS  2023.03.04.

[통일로 미래로] ‘첫사랑’ 담은 북한 악기 소해금 / KBS 2023.03.04.

북한의 어린이들이 능숙한 솜씨로 가야금 등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 시청자 여러분들도 방송을 통해 눈에 익으셨을텐데요 북한에선 '민족 음악'이라 부르며 전통 악기 연주하는 걸 꾸준히 전승시키고 있습니다 네, 장구나 가야금 같은 전통 악기 연주 음악은 얼핏 우리 국악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악기 종류면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완 다른 점이 꽤 있다고 합니다 이하영 리포터, 이번에 북한 악기죠? 소해금이란 악기 연주를 직접 감상하고 오셨죠? 네, 북한에서 민족 악기라 불리는 소해금은 우리 '해금'을 변형한 악기인데요 2006년 우리 땅으로 온 소해금 연주자 탈북민 박성진 씨를 만나 연주도 듣고, 또 소해금에 얽힌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소해금'은 좀 생소한 악기네요 그런데 우리도 북한처럼 개량 전통 악기가 있을까요? 네, 우리 개량 악기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25현 가야금'이 있는데요 오늘 통일로 미래로 시간엔 북한의 '소해금'을 비롯해서 남북의 개량 악기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또 멋진 합주도 준비돼 있으니 기대하시죠 그럼 함께 감상해보실까요? [리포트] 애절한 선율로 연주되는 이 곡은 꿩을 잡으러 사냥을 나간다는 ‘까투리 타령’입니다 해금을 개량한 악기 ‘소해금’으로 연주를 하고 있는데요 이 악기는 우리에겐 없고, 북한에서만 볼 수 있는 악깁니다 [박성진/탈북민/소해금 연주자 : "해금은 고려시대부터 그 음색과 그 모양을 그대로 지금 가지고 있는 반면에 이 악기는 해금을 완전히 개량했어요 "] 얼핏 바이올린처럼 생긴 이 악기는 북한 선전매체에 꾸준히 등장하면서 대외적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두 줄로부터 넉 줄로 늘어나 음역이 보다 넓어져 종전의 5음계 체계로부터 7음계, 12반음계 등 그 어떤 음율 체계도 연주할 수 있게 됐습니다 "] 또, 손으로 음을 짚는 지판도 새로 만들어 더 정확하고 다양한 주법을 활용할 수 있어 양악과 협연도 가능하다고 소개합니다 이러한 악기의 특장점을 내세우며 유치원 때부터 ‘소해금’을 배우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박성진 연주자 역시 북한에서 11살의 나이에 평양예술대학에 입학했고 소해금을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9년간의 치열한 노력 끝에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고 북한군 예술선전대에서 활동을 이어 갔다고 합니다 박성진 씨는 입학 당시 ‘소해금’으로 지정받게 됐습니다 [박성진/탈북민/소해금 연주자 : "자기 악기 외에 다른 악기를 만질 수도 없고 자기 전공을 바꿀 수도 없어요 여기로 말하면 문체부, 북한에서는 문화예술부라고 하는데 거기에 문화예술부장한테까지 승인을 받아야지 악기를 바꿀 정도로 거의 못 바꾼다고 보면 되는 거죠 "] 9년의 학교생활을 마친 뒤엔 군 예술선전대에 소속돼 활동했는데, 어느 날 예상치 못한 큰일이 터지게 됩니다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해 뒤풀이를 신나게 즐기던 중 우리 노래 ‘칠갑산’을 부르게 된 겁니다 [박성진/탈북민/소해금 연주자 : "그 이후에 누가 아마 고발을 했겠죠 그래서 보위사령부라는 감옥에서 제가 40일간 취조를 받고 그리고 황해남도 태탄이라는 곳으로 사금장으로 혁명화(강제노역)를 가게 됐어요 "] 그런데 바로 그곳에서 대북 전단지를 통해 남한 소식을 접한 뒤,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면서 탈북을 결심하게 됩니다 그렇게 2006년 한국 땅을 밟게 된 성진 씨는 얼마 뒤 가수 장윤정 씨가 소속된 회사에 들어가게 됐는데요 ‘첫사랑’이라는 곡의 도입부를 ‘소해금’으로 연주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박성진/탈북민/소해금 연주자 : "우리나라 트로트 가수들 앨범에 진짜 많이 참여 했어요 미스터 트롯 장민호 씨부터 시작해서 미스 트롯 송가인 씨도 그렇고 제가 앨범에 많이 참여 했어요 "] 연주 활동을 하면서 남북의 음악 환경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합니다 [박성진/탈북민/소해금 연주자 : "한국에서 과연 미국 노래를 불렀다고 잡아가는 사람이 있을까요 없잖아요 하지만 북한에서는 음악엔 국경이 없다고 얘기를 하면서도 다른 나라의 노래를 부르거나 들으면 잡아간다는 거 그걸 느꼈던 것 같아요 "] 가장 큰 차이점은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입니다 소해금은 북한의 민족 악기 개량 사업에 의해 만들어진 악기인데요 우리는 전통악기를 보존하는데 힘써 왔다면 북한은 1950년대 중반부터 그 형태를 조금씩 변형시켜 왔습니다 조선민족제일주의를 강조하면서도 서양음악의 우수성을 차용해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7음계에 맞게 전통악기를 개량해왔는데요 그렇게 탄생한 악기엔 소해금을 비롯해 옥류금, 어은금 등이 있습니다 ["옥류금은 위대한 장군님의 직접적인 발기와 세심한 지도 속에 1970년대에 새롭게 개량 완성된 민족 악기입니다 "] 또, 전통적인 ‘12현 가야금’은 ‘21현 가야금’으로 개량해 사용합니다 [하승희/가야금 연주자/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교수 : "1970년대 아무래도 북한에서 가극혁명이 일어나게 됩니다 21현 가야금이 등장한 건 아무래도 좀 더 풍부한 소리를 내기 위해서 더 많은 줄 수가 현의 수가 필요했던 거죠 "] 반면 보존과 계승을 우선시해온 남한은 국악기의 음색을 살리는 방향으로 북한보다 조금 늦게 개량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25현 가야금’입니다 [하승희/가야금 연주자/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교수 : "25현 가야금 같은 경우에는 명주실에서 나일론을 덧씌워서 아무래도 소리가 웅장하게 더 울림이 있게끔 만들고요 12현 가야금의 경우에는 부들이 있습니다 25현 같은 경우엔 부들을 없앴어요 "] 자, 그럼 지금부터 남북한의 개량 악기, 북한의 ‘소해금’과 남한의 ‘25현 가야금’의 밀양아리랑 합주를 들어볼까요? [이하영/리포터 : "통일된 이후에 악기의 모습은 어떻고 연주자들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요 "] [하승희/가야금 연주자/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교수 :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남한은 남한 나름대로의 시각을 갖고 계속해서 음악을 발전시킬 겁니다 결국은 이 음악을 서로 이해하고 수용해야 되는 측면이고요 이런 측면에서 결국엔 같이 가야 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사상을 음악에 녹이며 전통악기를 개량해온 북한과 지금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 음악이 이 차이를 뛰어넘는 남북 간 소통 수단이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박성진/탈북민/소해금 연주자 : "우리는 우리가 만들지도 않았고 우리가 접해보지도 못했던 그러한 서양 악기들과도 우리가 협연을 하거든요 그런데 심지어 그래도 같은 문화를 공유했고 같은 민족이고 같은 언어를 쓰는 남북한이 언제 만난들 그게 통하지 않을까요 "] ▣ KBS 기사 원문보기 : ▣ 제보 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홈페이지 : ◇ 이메일 : kbs1234@kbs co kr #북한 #전통악기 #소해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