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유치원] 존 스튜어트 밀 공리주의 5분만에 이해하기
질적 공리주의 철학의 대표주자, 존 스튜어트 밀의 책 '공리주의'를 함께 읽어봅니다 ==== 오늘 우리가 살펴볼 책, 공리주의의 저자인 존 스튜어트 밀의 스승, 제러미 벤담은 ‘쾌락’ 혹은 ‘행복’의 양을 높이고, ‘고통’ 혹은 ‘불행’을 감소시키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라는 ‘양적 공리주의’를 주창했습니다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명제야말로 인간 행동의 주요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는데요 이를 측정하기 위해 강도, 지속성, 확실성, 근접성, 생산성, 순수성, 범위라는 7가지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그의 공리주의 개념은 기존의 관념적인 윤리학과 비교해 현실 적용에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지니기도 했습니다 하나, 제시한 일곱 가지의 측정 기준이 조잡하여 실제 현실에 적용하기가 매우 까다롭다는 것 둘, 쾌락의 총량만을 중시했기 때문에 소수의 행복이 무시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죠 벤담의 제자였던 존 스튜어트 밀은 스승의 철학, 즉 공리주의를 계승하는 동시에 발전을 위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밀은 철학의 출현 이후 최고선summum bonum, 즉 도덕성의 기초에 관한 의문이 사변철학의 핵심 과제가 되었으나 논의 내용 자체는 심각한 낙후 상태에 처해 있다고 보았는데요 그리하여 여전히 제1원리의 존재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자신의 공리주의가 그에 관한 훌륭한 답이 될 수 있다고 보았죠 자, 그렇다면 밀이 생각하는 공리주의란 무엇일까요? 그는 스승과 마찬가지로 공리주의를 ‘효용’, 즉 행복의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과 ‘최대 행복의 원리’를 도덕의 기초로 삼고 있는 이론이라고 보았습니다 그가 보기에 어떤 행동이든 행복을 증진시킬수록 옳은 것이 되고, 행복과 반대되는 것을 낳을수록 옳지 못한 것이 되는데요 그러므로 고통으로부터의 자유와 쾌락이야말로 목적으로서 바람직한 유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밀과 벤담의 사상은 별다른 차이가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그의 공리주의는 벤담과 근본적으로 다른 한 가지 개념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바로 ‘질’에 대한 고려가 그것이죠 그는 “어떤 종류의 쾌락이 다른 것보다 더 바람직하고 가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공리주의 원리와 어긋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른 것을 평가할 때는 양뿐 아니라 질도 고려하면서, 쾌락에 대해 평가할 때는 오직 양만 따져보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질적 공리주의에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 마약을 하는 것과 독서를 하는 것이 똑같이 10만큼 쾌락을 준다고 해도, 이 둘은 동일한 것이 아니며 질적으로 더 높은 위치에 있는 독서를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행동의 질적 차이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밀은 두 가지 쾌락이 있다고 가정하고, 사람들 전부 혹은 거의 전부가 이중 하나를 뚜렷하게 선호한다면 그것이 더욱 바람직한 쾌락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 둘을 똑같이 즐기고 음미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질적으로 떨어지는 쾌락을 고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죠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짐승이 누리는 쾌락을 마음껏 즐기게 해준다고 해서 하급 동물이 되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에 하나 그런 것을 꿈꾼다면, 그 사람은 어떤 극단적인 불행에 시달리는 까닭에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으로 도피하는 충동 때문일 것이다 ” 밀은 인간으로서 ‘품위sense of dignity’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품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그 품위가 행복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그가 보기에 품위와 대립되는 것은 일시적인 순간을 제외하면 결코 진정한 욕망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즉, 만족해하는 돼지보다 불만족스러워하는 인간이 되는 것이 더 나으며, 만족해하는 바보보다 불만을 느끼는 소크라테스가 더 낫다는 것이죠 더불어 밀은 공리주의의 도덕률을 강조합니다 공리주의의 도덕률이란 인간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마저 희생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사고를 말합니다 이때문에 공리주의는 아래와 같은 원리 혹은 원칙를 담게 됩니다 하나, 모든 개인의 행복 또는 이익이 전체의 이익과 가능하면 최대한 조화를 이루도록 법과 사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둘, 교육과 여론이 사람의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모든 개인이 자신의 행복과 전체의 이익 사이에, 특히 자신의 행복과 보편적 행복에 영향을 주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행동 양식 사이에 긴밀한 끈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밀이 생각하는 공리주의는 자기 발전을 도모하는 정신적 쾌락에 집중되며, 공리주의적 인간이란 이를 바탕으로 타인을 아끼는 사회적 존재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밀과 벤담의 공리주의는 당대와 후대 많은 철학자들에 의해 반박되기도, 또 발전되기도 했습니다 혹자는 공리주의가 행위의 도덕적 촉발 요소는 고려하지 않은 채 ‘결과’만을 고려하는 편협한 이론이라며 손가락질했고, 오로지 개인의 행복만을 좇는 이기적인 사상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단지 머릿속에서 나온 ‘이론’만 가지고 인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경험’을 토대로 인간 윤리의 토대를 쌓으려 시도했다는 점에서 공리주의의 의의를 찾고 이를 발전 시켜나간 철학적 시도도 끊임 없이 생겨났습니다 철학도, 윤리학도 결국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이를 발전 시키고자 노력하는 과정의 일부라는 점에서 공리주의는 여전히 유효한 철학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