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연오랑 김현식 선생님 추모식 2020년 1월 21일
(추모시) 마지막 청탁 연오랑 김현식 선생님 영전에 남태식 누군가에게는 선생님 누군가에게는 여행가 누군가에게는 안내자 누군가에게는 문학가 누군가에게는 미술가 누군가에게는 기획자 누군가에게는 문화예술 애호가 누군가에게는 민주주의와 생태와 생명을 사랑하는 실천가 연오랑 김현식 선생님! 나에게는 쉬 말 섞기 어려운 낯선 땅에서 배회할 때 다가와 먼저 내밀어준 손 폐쇄된 지하의 언어로 향하던 내 언어의 더듬이를 우리라는 세상으로 돌려세우던 길 끊임없는 성가시지 않은 보챔 떠밀리면서도 스스로 대견해 하게 만들던 눈짓 흐트러진 발을 땅 위에 곧게 굳게 세우도록 돕는 은근한, 힘의, 손아귀 마침내 친구 언제나 동지 아시나요, 제 언어는 당신으로 인하여 세상 앞에서 외치는 단호하고 당당한 언어가 되었습니다. 연오랑 김현식 선생님! 당신은 무엇보다 우리들의 이웃 우리 모두의 벗 우리라는 이름의 땅의 사람 우리의, 우리에 의한, 우리를 위한, 삶을 몸소 보여주면서 우리라는 씨앗을 뿌리고 우리라는 열매를 거두어 우리라는 무수한 별을 흩뿌린 농부 당신이 흩뿌린 무수한 우리라는 별은 언제까지나 당신과 저기 여기 거기에서 우리라는 이름으로 반짝일 것이니 하니 아쉽게 마지막이라고 쓰는 이 청탁 시는 여전히 이어지는, 이어질, 성가시다는 마음없이 보채이는 계속되는 당신의 청탁 (2020년 1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