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세상 겨울 제주 1100고지 자연학습탐방로
눈꽃세상 겨울 제주 1100고지 자연학습탐방로 그렇습니다 이 겨울에 짧고 굵은 제주 여행은 사실은 눈을 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있어서죠 육지에도 눈이야 있다만, 첫눈치고는 펑펑 오기도 했다만, 그 이후로 눈 소식은 끊어졌고, 또 눈이 온다손 이제는 황색눈, 검은색 그래서, 제주에 눈이 내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성급하게 비행기표를 끊어 온 것 1100고지로 가는 것은 그 자체로만으로도 작은 규모의 여행이 됩니다 바다 풍경을 지나 짧은 평야를 지나 활엽수림을 지나면서 슬슬 눈발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활엽수가 끝나고 침엽수가 시작할 무렵에는 갓길에도 제법 눈이 쌓여 있어서 아, 오늘은 눈을 보겠구나 기대가 앞섭니다 그러나, 그 때부터 1100고지로 올라가는 길은 만만치 않습니다 점점 도로 색상은 흰색으로 변하고, 오르막 경사는 거세지기만 합니다 제설차가 우리 차 앞으로 슬렁슬렁 다니기에 고맙다고 생각을 하는 순간, 제설차는 영실 진입로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렇겠죠 1100 고지가는 주 도로 (1139번) 에서 영실 등산로 입구까지 2 5 km 구간은 경사도 경사거나와, 그 경사에 눈이라도 쌓이면 일반 차량은 통행금지 되기 일쑤인 구간 저도 6년전 오늘, 어승생악에서 올라 영실로 내려와서는 체인이 장착된 택시를 타고 이 길을 내려왔었죠 이런 저런 추억에 잠기는 순간 후륜 슬립이 나서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얘들아 다들 안전벨트 단디 메라! 아불싸 저 차는 저기 저렇게 벌써 쳐박혔군요 기분 좋은 제주여행이 망쳐지는 것 순식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차로 갈 수 있는 도로가 뚫린 가장 높은 곳 1100 고지에 다가서는 느낌은 네비보다 도로 상황이 말해줍니다 갓길에는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차량은 지체와 정체를 반복합니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압니다 우리도 내려야 한다 비록 몇백미터 앞일지라도 1100 고지를 향해서 내려서 걷는 길은 험난하지만은 않습니다 이렇게 뽀드득뽀드득 사부작사부작, 무릎까지 쌓이는 눈길을 걷는 것이 얼마만일까요 1100고지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좁은 주차장은 말도 마세요 여기까지 차를 몰고 오는 사람이 잘못입니다 대형버스까지 엉킨 북새통에 순사 양반이 교통 정리에 애를 먹습니다 진작에 저 만치에 차를 대고 오기 다행 1100고지에서 그냥 서서 눈을 보는게 아닙니다 자연학습탐방로가 마련되어 있어 안전하게 편리하게 걸으면서 눈길터널을 지나게 됩니다 한바퀴를 돌아오는 총거리는 몇백미터,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족합니다 굳이 등산스틱도 필요없습니다 안전난간을 잡고 천천히 걸으면 됩니다 다만 장갑은 있으면 매우 편리하죠 없다면, 핫팩이라도 하나사서 맨손에 들고 다니면 되죠 아이젠은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눈이 없는 일부 구간에 나무데크에 박혀서 오도가도 못할 지경이 될테니깐요 큰맘먹고 10년만에 아이젠을 장만했는데, 여기 올줄 알았다면 후후 불과 30분전에 따뜻한 햇빛을 쬐면서 바다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몇십미터를 건지 않아 이 세상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눈깜짝할 사이에 앞에 펼쳐전 낯선 풍경에 어리둥절 이상입니다 화이트 아웃이라고 하나요? 데크 산책로가 없다면 길을 잃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환상적인 풍경 이 풍경 속에서 눈썰매를 타고 있는 어린아이 아버님의 센스가 매우 돋보입니다 ㅎㅎ 나무가 늘어진 곳에서는 눈꽃 터널이 연결에 연결 그저 좋은 감정을 숨기기가 너무 어렵네요 이 눈꽃에 갖힌 나무는 윤노리나무 와 곰솔 잠시라도 멈춰서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네요 눈이 얼마나 왔을까 등산 스틱을 밀어 넣어 봅니다 무릎 높이? 혹은 그 이상? 아! 이 아래는 고지습지대입니다 수풀과 연못이 엉긴 생태공간입니다 행여나 밑에 내려간다고 하다가는 눈에 파뭍혀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질 수 있으니 절대로 피해야 하는 것 아시죠? 눈꽃 감옥에 갖힌 나무는 노린재나무 산딸나무 저 멀리 보이는 산채로만이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합니다 이크 정신없이 걷다보니 저 발치에서 1100고지 휴게소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짧지만 굵은 눈꽃 여행은 여기서 끝이 나네요 아쉽당 너무 좋당 너무 잘 왔당 이번 제주 여행 목표 달성 꽁꽁 언 손이라도 녹일겸 따뜻한 차를 마셔볼까 1100고지 습지전시관 겸 휴게소에 올라봅니다 이크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있을 뿐더러, 캔음료정도만 팔고 있네요 더 좋은데 가서 마시자 그러자 어른들은 휴게소 내부에서 쉬고, 애들은 밖에서 신나서 난리네요 아 저 멀리 동쪽으로 날이 좋으면 한라산 정상도 보이련만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이용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