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기획 어멍 ②'성착취·고문 학대까지'…강요된 침묵
KCTV가 송년특집으로 마련한 4 3 당시 제주 여성들을 조명하는 기획뉴스 오늘은 두번째입니다 4 3 여성들은 학살 현장에서 죽음의 목격자이자 남편과 아들을 대신해 모진 고문을 당한 피해자였습니다 하지만 인권 유린 피해 실태는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고 가부장적 시대상에 침묵을 강요당했습니다 김용원 기자입니다 말 위에 앉아 있는 제복 차림의 남성들 도로 한 복판을 점령한 기마 경찰과 달리 사진 구석, 돌담에 바짝 붙어 물허벅을 지고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제주 여성이 있습니다 [허영선 /전 4·3 연구소장] "낯선 기마경관만 봐도 얼굴을 돌리고 회피해서 지나가잖아요 왜일까요? 표적이 될 수가 있습니다 더구나 한 가정에서 딸들이 많은 가정 속에서 얼굴이 반반하게 생겼다 이러면은 남아나지 않았어요 반드시 주목을 합니다 " 1948년 말 계엄령 국면에서 20살 처녀는 좌익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쓰고 강경진압 토벌 사령부의 중심이었던 농업학교에 갇혔습니다 죽음의 천막으로 불리던 수용소에서 즉결 처형을 기다리던 이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양영자 96세] "내일은 벽돌집, 석방시켜 줄 거니까 좋은 집으로 갈 거라고 한차로 실어다가 19일 날 날도 안 잊어버려 섣달 12월 19일 날 서문통 내창에 데려가서 팡팡 쏴 죽였어 " 돌아온 고향은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북에서 온 서북청년단, 그리고 군인과 경찰의 2차 가해와 협박에 시달렸습니다 [양영자 96세] "그러니까 말 안들으면 또 보내버리겠다고 4·3 순경이 그렇게 했었지 버젓이 부인 있는 사람도 나한테 장가들겠다고 하니 우리 어머니가 어떻게 동네에 살면서 처자식도 있는데 딸을 줄 수 있느냐 그래도 억지 부렸어 아이고 나 며칠 밥도 못 먹고 막 무서워하니까 우리 어머니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우리 어머니 " 남은 가족의 생존, 유지를 위해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강제 결혼을 강요 받았던 여성도 부지기수였습니다 [강춘화 4·3 유족(83세)] "그 순경들 그렇게 하니까 안가잰 해도 우리 죽여버릴까 봐 우리 고모 시집 안 가면, 친척들을 죽여버릴까 봐 할머니가 시집 가라고 한 거야 " [강경숙/젠더플러스연구소 대표] "남성 가족을 대신해서 폭력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하는 이런 사례들 그리고 강제 결혼을 당하기도 했고요 그런 사례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다 성적 폭력으로 드러났고 " 혼인한 제주 여성들은 군경의 또 다른 표적이 됐습니다 양중윤 어르신은 결혼 4년차였던 1948년 10월, 남편이 행방불명 되자 당시 수용소였던 옛 화북국민학교로 끌려갔습니다 생애 첫 전기에 대한 경험을 집도 마을도 아닌 고문장에서 겪었습니다 [양중윤 4·3 유족(100세)] "전기 고문하려고 손목을 내밀라고 하니 손목을 잡고 전깃줄을 감아 어떻게 했는지 몸에 차르르 전기가 올라오면 애기 안고 그냥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하면 말한다고 와서 두들겨 패고 " 품에 안은 두 살 아들을 살리고자 온 몸으로 고문을 막아내고 버텨냈던 그날의 기억은 70여 년이 지나 처절한 몸부림으로 되살아납니다 [김은실/이화여대 명예교수] "피해자의 가장 중요한 범주가 죽음을 당한 자 혹은 죽은 자들이잖아요 근데 이제 죽은 자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죽음의 과정을 다 목격한 목격자로서의 여성 저는 그들 또한 어마어마한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 생사의 갈림길에서 제주 여성은 4 3 성착취 피해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성 인권 유린 실태는 4 3 역사에서 축소 은폐되거나 진상조사보고서에서 조차 한줄 기록으로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성폭력 피해나 고문 학대의 고통을 드러내는 건 가족은 물론 마을, 심지어 공동체의 수치로 여겨지던 시국에서 여성들은 더욱 움츠리고 입을 굳게 닫아야 했습니다 [김성례/서강대 명예교수]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이런 말까지 심하게 했어요 왜냐하면 국가의 폭력적인 성 정치에 의한 피해자이기 때문에 말도 할 수 없게 만든 거죠 그게 소위 국가 권력의 가부장적 폭력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그것이 지금까지도 아주 오랫동안 쉬쉬대고 연구가 정말 없습니다 " 국가 공권력과 가부장제 폭력 피해를 겪은 1세대 여성들의 아픔과 트라우마는 여전히 치유되지 않았고 4 3 이후의 생애사는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이름 없는 희생자의 비석처럼 누군가의 아내, 딸로만 기억될 뿐입니다 KCTV뉴스 김용원입니다 ▶ 뉴스제보 : 070 8145 7766 / 064 741 7766 ▶ 카카오톡 : KCTV뉴스7 #제주시_서귀포시 #뉴스 #kctv제주 #어멍 #4 3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