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해야 합니다 [신동욱 앵커의 시선]

두려워해야 합니다 [신동욱 앵커의 시선]

김영삼 정부 때 한보사태 수사를 밀어붙이던 심재륜 대검 중수부장실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여직원이 "술 취한 사람이 전화를 바꾸라고 한다"고 해서 받아보니 김용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습니다. 그는 몇 마디 하소연하다 외쳤다고 합니다. "지금 각하가 울고 있어요" 아들 현철씨 구속이 임박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대통령 심정이 얼마나 참담했는지 짐작할 만한 일화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당선 직후 처남이 교사단체 회장이 되자 물러나라고 했습니다. 몇 차례로 나눠 친인척 2백여 명에게 청와대 설렁탕을 대접하며 "비리를 저지르면 감옥에 보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아들이 그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대통령 주변 문제를 국민이 걱정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친인척 비리 방지법안 세 가지를 마련했다고 했지요. 하지만 결국 국민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법사를 자처하는 전 모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닌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전씨가 정재계 인사들로부터 세무조사 무마와 인사 청탁을 받았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사실 여부는 전혀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대통령실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사실관계를 확인해 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뭔가 불안한 느낌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그 불안한 느낌은 이런 이유에섭니다. 전씨가 지난 대선 때 무속인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었고 무속 논란은 앞으로도 윤석열 대통령을 끊임없이 괴롭힐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관저 내부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맡은 업체가,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 공사 후원업체라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대통령실은 "후원을 받지 않고 전시회 공사 대금을 모두 지불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업체라면 아예 대상에서부터 배제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모든 정권이 우리는 전 정부와 다르고 절대로 그럴 일 없다는 호언장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늘 사소해 보이는 데서 문제가 출발하는 것도 같습니다. 이것이 권력의 속성이기 때문이지요. 가뜩이나 대통령 주변 비리 감시의 컨트롤타워였던 민정수석실이 폐지된 터입니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비워뒀던 특별감찰관이 임명될 거란 기대가 컸습니다만 웬일인지 새 정부도 가타부타 말도 없이 임명 절차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김영삼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이 되고 1년쯤 뒤 "김현철씨가 모든 걸 다한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측근들이 극구 말려서 곧바로 보고하지 못했다"고 했지요. 처음부터 나섰다면 호미로 막을 일도 때를 놓치면 가래는커녕 포크레인으로도 감당 못하게 된 경우를 우리는 역대 거의 모든 정부에서 이미 목격한 바 있습니다. 8월 3일 앵커의 시선은 '두려워해야 합니다' 였습니다.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 공식 홈페이지 http://news.tvchosun.com/ 👍🏻 공식 페이스북   / tvchosunnews   👍🏻 공식 트위터   / tvchosunnews   뉴스제보 : 이메일([email protected]),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