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숙 痴叔

치숙 痴叔

채만식의 아이러니는 그가 부정적 인물을 소설의 전면에 내세우고 긍정적 인물을 후면에 내세우거나 희화화하는 데서 얻어진다. 부정적 인물들은 각별한 묘사의 대상이 되는 반면, 긍정적 인물들은 오히려 다소 간략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즉, 작가 자신이 옹호하려고 하는 긍정적 인물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부정적 인물은 지나치게 날카롭게 묘사한다. 이때 작가는 부정적 인물을 긍정적으로 묘사하여 능청스럽고 의뭉스럽게 느껴지도록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아울러 작가가 내심 긍정적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쪽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물의 입을 빌려 희화적으로 묘사한다. '치숙'에서도 아저씨를 희화적으로 묘사하지만, 실제로 풍자가 되는 대상은 바로 '나'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작가가 일제의 검열을 피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채택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