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준다지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요한, 웃어요! 계속 활짝 웃어요!" 앤서니 퀸이 연기한 루마니아 농부 요한에게 기자가 "웃으라"고 재촉합니다. 요한은 웃어보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웃는지 우는지 모를 표정을 짓다 얼굴이 일그러진 채 영화는 끝납니다. 요한은 온갖 누명을 쓰고 수용소를 전전합니다. 나치의 게르만 영웅이 됐다가 나중엔 연합군 포로수용소에 갇힙니다. 그의 수난은 강대국 틈에 낀 약소민족의 운명입니다. 25시는, 인간의 시간 24시를 넘어선 절망과 암흑의 시간입니다. 원작소설을 쓴 루마니아 작가 비르질 게오르규는 한국을 사랑했습니다. 전쟁과 분단을 딛고 일어선 우리가 "25시를 구원할 동방의 빛"이라고 예찬했습니다. "어떤 고난의 역사도, 그대들에게서 아름다운 시와 노래와 기도를 빼앗지 못했습니다. 그대들은 세계가 잃어버린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루마니아 정부가 유통기한이 다가오는 모더나 백신 45만회 분을 한국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그제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몰도바 그루지야 튀니지 이집트 알바니아 베트남에 보낸 데 이은 인도적 지원이라 했고, 우리 당국도 "협의 중" 이라고 했지요. 그러다 밤늦게 외교부가 "무상 공여가 아니라 백신 스와프" 라고 했고, 이튿날 중대본이 "스와프 차원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경위를 떠나 루마니아의 선의와 호의는 고마운 일입니다. 백신이 필요한 나라와 남는 나라가 협력하는 실천사례인 만큼 정부는 차질 없이 받아와야겠지요. 그런데 여야 시각은 엇갈립니다. "자괴감이 드는 국격 추락"이라는 국민의힘을, 민주당은 "정치적 셈법만 따지는 술책" 이라고 받아쳤습니다.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애당초 정부 여당이 백신을 적극적으로 확보했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논란이어서 입맛이 씁니다. 그제 청와대가 밝힌 대통령 발언도 눈길을 끕니다. 내년 예산과 관련해 "백신이 남아돌지언정 초반부터 많은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시였지요. 진작에 나왔더라면 하는 만시지탄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감염 억제보다 중환자 관리에 주력하는 '위드 코로나 방안을 만들고 있는 것도 선후가 뒤집혔습니다. OECD 최하위 수준 접종 완료율부터 백신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가능한 전략이니까 말입니다. 시인이 '코로나 25시'를 탄식합니다. "코로나 지옥이다. 구치소에 갇혀 있다" 그 암흑에서 벗어날 열쇠는 누가 뭐라고 해도 백신입니다. 8월 23일 앵커의 시선은 '백신을 준다지만' 이었습니다.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 공식 홈페이지 http://news.tvchosun.com/ 👍🏻 공식 페이스북 / tvchosunnews 👍🏻 공식 트위터 / tvchosunnews 뉴스제보 : 이메일([email protected]),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