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리처드 도킨스의 비행에 관한 서술_마법의 비행

[과학] 리처드 도킨스의 비행에 관한 서술_마법의 비행

처음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을 때가 기억난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읽었음에도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해당 도서를 읽은 뒤, 다른 물리학책이나 생물학책, 화학책을 읽어도 충격은 다시 되살아 났다. 우리를 그저 유전자 기계 쯤으로 서술한 그는 참 낭만없는 사람이다. 인간의 고귀함을 전부 부정하고 외면하는 서술 방식은 안타깝지만 논리적 맹점을 찾기 힘들었다. 그 뒤로 그가 집필한 책은 '신, 만들어진 위험'이라는 도서다. 그나마 이기적 유전자에서 숨기고 있던 그의 '무신론적' 성격은 최근들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이번 책 또한 역시나 그런 그의 성향이 그대로 보인다. 자연에서 보여지는 모든 현상을 자연선택으로 설명한다. 특히 비행에 관한 서술이 그렇다. 최초의 아미노산 덩어리가 단백질 막을 형성시키고 그것이 분열하면서 다세포로 만들어지는 기가막힌 우연은 바다에서 육지로, 육지에서 하늘로 이어진다. 무한대의 시공간이기에 '그럴 수 있다'라는 전제로 전개되는 유전자들의 번식은 놀라울만큼 낮은 확률이다. 최초의 무생물이 생물이 되고 물에서 뭍으로, 하늘로 그리고 우주로 올라가는 것은 '자연선택'이라는 다윈주의 말이다. 이것은 분명 아주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식이지만 극도로 적은 모든 확률이 전부 가능하다는 것은 '신'이 있음과 없음을 떠나 참 기가 막히다. 그나저나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을 생각해 보게 됐다. 새들은 방향과 위치를 도대체 어떻게 파악하는가. 그것은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이지만 생각해보니 신기할 따름이다. 도서는 어떻게 하늘을 나는 것들이 탄생했고 인간은 어떻게 하늘을 나는지를 서술한다. 인간 뿐만아니라 왜 생명들은 하늘을 날고자 했을까. 인간은 왜 그토록 하늘을 날고자 하는가. 책에는 이에 대한 명확한 서술이 없다. 생물이 가진 '번창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예전 사피엔스는 총 다섯 번에 걸쳐 대이동을 감행한다. ​ 12만 5000년 전,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출발하여 10만년 전, 시나이 아라비아 반도로 진출한다. 이들은 다시 9만 년 전 유럽남부와 인도에 진출하고 남중국으로 뻗어나간다. 8만 년 전에는 서유럽과 동남아시아로 진출하고 일부는 다시 아프리카로 회귀한다. 6만 년 전에는 호주와 극동아시아로 진출하고 1만 4천년 전에는 아메리카로 나간다. 그들을 그토록 움직이게 했던 것은 다름아니라, 기후와 환경이다. 지구의 기온에 따라 동물과 식물은 사라지고 나타나고를 반복한다. 특히 식물은 기후에 따라 다르게 자란다. 식물을 먹는 초식동물은 식물을 따라 움직인다. 초식동물을 먹는 육식동물도 따라 움직인다. 인간 또한 환경에 변화에 따라 움직인다. 11세기 몽골민족은 소빙하기의 기회를 틈타고 전세계로 뻗어나갔다. 짧게 자라는 잔디가 지구 전역으로 넓게 퍼졌기 때문이다. 북방 유목민족에 불과했던 몽골이 세계로 뻗어 나간 이유도 기후와 환경의 역할이 컸다. 인간은 이처럼 자신에게 적합한 환경을 찾아 나선다. 생물의 진화도 인간과 닮았다. 생물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로 넘기기 위해 최대한 환경에 적응하거나, 더 알맞은 환경으로 찾아나선다. 생명은 뻗어나가는 성질이 있다. 생명이 가장 근래에 뻗어 나간 곳이라면 역시 '하늘'이다. 인간의 손바닥을 살펴보면 손가락 사이에 얇은 막이 있다. 누군가는 이 막을 보고 인간의 수중생활 흔적이라고 했다. 역시 인간조차 바다에서 육지로, 육지에서 하늘로 뻗어 나간 모양이다. 인간의 욕심은 진화를 기다리지 못했다. 인간은 도구를 만들어서라도 하늘로 뻗어 나가고자 했다. 먼저 진화한 이들의 것을 모방하고 흉내냈다. 새들의 날개는 어떤지, 그 원리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구했다. 그 욕망은 기어코 현재를 만들어냈다. ​ 무한에 가까운 시공간을 재료로 삼아, 엄청난 시행횟수로 우연히 아미노산이 생성을 했다고 하자. 그것이 단백질로 결합하고 단세포 하나가 되는 것은 굉장히 어렵게 생성됐다고 하자. 다시 이것은 환경에 적응하며 번식해야 한다. 극악한 확률을 뚫고 번식한 단세포가 다세포가 됐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안전하게 오늘까지 이어지기 위해 유전자는 얼마나 치열해야 할까. 극도로 낮은 확률을 다시 시작하지 않으려면 필사적으로 '생존력'을 키워야 한다. 인간이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을 가진 것도 비슷한 이유일까. 리처드 도킨스의 '마법의 비행'에는 생물의 진화론적인 내용이 나오다가 마지막에 '열기구'와 '무중력'에 관한 글이 나온다. 결국 그저 탐구만을 위한 탐구가 아니라 역시 '인간'과 결부 시킨다. 열기구는 자연에는 없는 인간만이 만들어낸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했다. 젖은 천을 불에 말리다가 상승하는 기류를 발견하고 우연하게 만들어졌다. 이 기회를 인간은 놓치지 않았다. 열기구의 탄생은 일단 성공적이었으나 효율면에서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일론 머스크는 '화성이주계획'을 발표했다. 젊은 괴짜 사업가의 이런 발상은 누구나 비웃는 주제였으나 그가 운영하는 회사의 주식이 주목받고 그가 하는 사업의 성과가 하나씩 나오며, 사람들은 그의 말에 일말의 관심과 호기심을 가졌다. 물론 일론 머스크가 하는 사업이 대부분 성공했음을 의미하진 않는다. 사람들은 다만 그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고 화성이주가 공상 영화에서만 가능하진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 많은 이들이 화성 이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지구온난화'다. 환경이 바뀌면 역시나 생물은 거기에 적응하거나 이주하고자 한다. 이주 계획이 실패되면 자연선택설에 따라 멸종에 이른다.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포인트가 그 부분이다. 자꾸 생명이 뻗어나가려고 하는 성향 말이다.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책답지 않게 가볍다. 일러스트가 충분히 그려져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다. 짧고 쉬운 글이지만 역시나 생각할 거리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