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폐업하고 일자리 잃고…‘김영란법’ 된서리
앵커 멘트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된지 백여 일이 지나면서, 부정부패 해소라는 법 취지에 걸맞는 변화들이, 우리 사회 각계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여론도 팽배한데요 폐업 위기로까지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사연을, 김성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대로변에 위치한 일식당입니다 점심 손님으로 붐빌 시간이지만 방마다 자리마다 텅 비어 있습니다 예약 장부를 보여주는 주인의 목소리엔 답답함이 짙게 배였습니다 녹취 김창수(일식당 사장) : "(손님이 가장 많은) 목요일(저녁)에는 손님이 꽉 차야 하거든요 근데 2팀이죠 2명, 4명이죠 " 매상이 줄어 종업원 16명 중 9명을 퇴직시키다 보니, 종종 주인이 직접 음식도 나르고 설거지도 해야 합니다 녹취 김창수(일식당 사장) : "제가 볼 적에는 (김영란법 시행 뒤에) 40% 정도는 타격이 왔을 거예요 있는 사람들 전부 주머니의 지갑을 다 닫아버렸어요 " 대형 한식당을 운영하는 조영순 씨는 1년 전, 모아둔 적금을 털고 대출까지 받아서 간신히 식당을 개업했습니다 하지만 김영란법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폐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녹취 조영순(한정식집 사장) : "여기만 한 50M, 100M도 안 되는 범위에서 세 집이 문을 닫았어요 정말 생각이 많아지고 잠이 안 와요 " 종업원들의 사정은 더 딱합니다 30대 김모 씨는 지난해 11월 일하던 식당이 문을 닫아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됐습니다 두 달 가까이 인력사무소를 전전하고 있지만 아직 소득이 없습니다 녹취 해고된 식당 종업원(음성변조) : "일하던 데가 갑자기 문을 닫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식당 밥 비싸게 못먹게 하는그거 식당 이런 걸로 구해보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으니까 " 문닫는 식당들이 늘다 보니 폐업 물품을 처리하는 업체엔 물건들이 쏟아집니다 업소용 냉장고와 조리기구, 각종 주방용품에, 음식점 그릇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녹취 김맹호(폐업물품 처리업체 사장) : "몇 개가 아니라 차떼기로 들어오죠 차떼기로 들어오면, 하루에도 많을 때는 두 번 세 번도 들어 오고 " 급하게 처분했는지 새것과 다름없는 제품들도 눈에 띕니다 녹취 "2015년도(에 만들어진) 것이에요 이게 " 식품접객업과 유통업 관련 업소 40 5%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매출이 감소했고, 음식점 종사자 3만여 명이 1년 새 일터를 잃었습니다 녹취 김맹호(폐업물품 처리업체 사장) : "어떻게 해서 만든 돈인데 하면서 이렇게 될 줄 자기는 꿈에도 몰랐다 그러면서 돌아서서 눈물 뚝뚝 흘리고 너무나 안타까워요 " 서울의 대형 화훼 공판장, 1주일에 두 번 열리던 경매가 한 번으로 줄어들면서 활기를 잃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선물용 화훼 거래가 대폭 감소한 게 주원인입니다 인터뷰 권오엽(양재 화훼공판장장) :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에 목요일 경매가 50% 이상 감소하고 농가들이 목요일 경매 중단을 요청하였습니다 " 오후가 다 지나가도록 개시도 못한 상인들은 말그대로 울상입니다 팔지 못해 잘라서 버리고 있는 난들도 많습니다 녹취 김현숙(화훼 판매자) : "저번에 신문을 보니까 한 페이지에 인사이 동이 다 이렇게 나와 있는데 난이 하나도 안 나갔어요, 한 개도 안 나갔어 선물이 "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70%가 넘는 국민들이 청탁이나 선물 주고받기 등을 부적절한 행위로 생각하게 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김영란법은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선 적지 않은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심각한 피해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