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그늘
나는 빚을 질 일을 하지 않았다, 취한 색시를 업고 다니지 않았고, 노름으로 밤을 지새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런 아들이 오히려 장하다 했고 나는 기고만장했다, 그리고 이제 나도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진 나이를 넘었지만, 나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 일생을 아들의 반면교사로 산 아버지를 가엽다고 생각한 일도 없다, 그래서 나는 늘 당당하고 떳떳했는데 문득 거울을 쳐다보다가 놀란다, 나는 간 곳이 없고 나약하고 소심해진 아버지만이 있어서, 취한 색시를 안고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호기있게 광산에서 돈을 뿌리던 아버지 대신, 그 거울속에는 인사동에서도 종로에서도 제대로 기 한번 못 펴고 큰 소리 한번 못 치는 늙고 초라한 아버지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