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고향 / 박두진  낭송 정영호 풀잎시낭송회

[시낭송]고향 / 박두진 낭송 정영호 풀잎시낭송회

고향 / 박두진 고향이란다. 내가 나서 자라난 고향이란다. 그 먼 눈 날려 휩쓸고 별도 얼어 떨던 밤에 어딘지도 모르며 내가 태어 나던 곳 짚자리에 떨어져 첫소리 치던 여기가 내가 살던 고향이란다. 청룡산 옛날같이 둘리워 있고 우러르던 옛 하늘 푸르렀어라 구름 피어 오르고 송아지 울음 울고 마을에는 제비떼들 지줄대건만 막쇠랑 복술이랑 옛날에 놀던 동무 다 어디가고 둘이만 나루터럭 거칠어졌네. 이십 년 흘렀는가 덧없는 세월... 뜬 구름 돌아 오듯 내가 돌아왔거니 푸른 하늘만이 옛처럼 포근해 줄 뿐 고향은 날 본 듯 안 본 듯 하여... 또 하나 어디엔가 그리운 고향 마음 못내 서러워 눈물져 온다. 엷은 가을 볕 외로운 산기슭에 아버님 무덤 산딸기 빨알갛게 열매져 있고 그늘진 나무 하나 안 서 있는 곳 푸른 새도 한마리 와서 울지 않는다. 석죽이랑 산국화랑 한 묶음 산꽃들을 꺾어다 놓고 --아버님! 부를 수도 울 수도 없이 한나절 빈 산에 목메여 본다. 어쩌면 나도 와서 묻힐 기슭에 뜬 구름 바라보며 호젖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