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시의 정의, 시란 무엇인가, 시 쓰기, (노래와 이야기/ 최두석, 나목(裸木)과 시(詩)/ 김춘수)
#시낭송 #현대시 #시쓰기 노래와 이야기 / 최두석 노래는 심장에, 이야기는 뇌수에 박힌다 처용이 밤늦게 돌아와, 노래로써 아내를 범한 귀신을 꿇어 엎드리게 했다지만 막상 목청을 떼어내고 남은 가사는 베개에 떨어뜨린 머리카락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하지만 처용의 이야기는 살아남아 새로운 노래와 풍속을 짓고 유전해 가리라 정간보가 오선지로 바뀌고 이제 아무도 시집에 악보를 그리지 않는다 노래하고 싶은 시인은 말 속에 은밀히 심장의 박동을 골라 넣는다 그러나 내 격정의 상처는 노래에 쉬이 덧나 다스리는 처방은 이야기일 뿐 이야기로 하필 시를 쓰며 뇌수와 심장이 가장 긴밀히 결합되기를 바란다 ―초두석, 「노래와 이야기」 전문 ///// 나목(裸木)과 시(詩) / 김춘수 겨울 하늘은 어떤 불가사의(不可思議)의 깊이에로 사라져 가고, 있는 듯 없는 듯 무한(無限)은 무성하던 잎과 열매를 떨어뜨리고 무화과나무를 나체(裸體)로 서게 하였는데, 그 예민한 가지 끝에 닿을 듯 닿을 듯 하는 것이 시(詩)일까, 언어(言語)는 말을 잃고 잠자는 순간, 무한(無限)은 미소하며 오는데 무성하던 잎과 열매는 역사의 사건으로 떨어져 가고, 그 예민한 가지 끝에 명멸하는 그것이 시일까, ― 김춘수 「나목(裸木)과 시(詩)」 서장(序章) 출처: 현대시창작강의 / 이지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