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감상] 하호인의 둥근 슬픔, 2021 매일 시니어문학상 시부문 수상작](https://krtube.net/image/wqNexEQJ_Eo.webp)
[시감상] 하호인의 둥근 슬픔, 2021 매일 시니어문학상 시부문 수상작
채반에 자라는 누에를 보며 한생 지은 골방의 번데기 같은 당신 어느 날 훌훌 나방이 되어 하늘로 갈 것이라는 슬픔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 장병길의 시선 오늘 초대한 詩는 둥근 슬픔 / 하호인 (2021 매일 시니어문학상 시부문 수상작) 누에 채반에서 소낙비 내리는 소리가 그치면 금줄 친 고요가 머물렀다 터질 듯 탱탱하고 부드러운 몸 고개를 꼿꼿이 세워 좌우로 흔들며 섶을 찾는다 입으로 뽑아낸 부드럽고 질긴 명주실 가닥으로 망설임 없이 자신을 그 속에 가둔다 달빛이 차오를수록 고치는 두터워지고 제 몸의 진액으로 지어진 모서리 없는 집이 완성됐다 그것은 한 번의 찢김으로 미련 없이 버려질 정결한 산실 올올이 풀어내면 이천 배가 넘는다는, 끊어질 듯 이어온 실낱같은 나날이 아득하다 온갖 고생을 다 해 지어진 골방에 주름만 가득한 번데기로 남은 당신은 어느 날 훌훌 털어 하늘로 올릴 정결한 화목제 섶에 매달린 누에고치마다 그렁그렁한 슬픔이 둥글다 #온갖고생을한당신, #그렁그렁한슬픔, #청결한화목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