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하루] 겨울과 봄 사이

[상쾌한 하루] 겨울과 봄 사이

강남구청 직원의 목소리를 담은 상쾌한 하루! 폭설이 내린 다음 날, 눈이 덮인 길은 경계가 사라져 있습니다 길의 경계가 사라지면 우리는 길을 따라 걷지 않아도 됩니다 아무렇게나 걸을 수 있는 자유가 생기죠 비가 오고 날이 흐리면 바다 끝의 경계는 흐려집니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그들은 하나가 된 것 같습니다 그 몽환적인 장면은 세상의 끝을 함부로 단정할 수 없는 겸허한 마음을 만들죠 어스름은 매일 찾아옵니다 소설가 박완서는 어린시절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어스름의 시간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초가 지붕마다 뿜어올린 저녁연기가 스멀스멀 먹물처럼 퍼져 길과 논밭과 수풀과 동산의 경계를 부드럽게 지워버리는 저녁 무렵"이라고요 이 어스름은 매일 우리에게 찾아옵니다 조도가 낮아지고 지붕과 나무와 빈 그네에 침침한 그림자가 지는 시간 선명함을 잃어가면서 어둠 속으로 잠식되는 시간 그늘이 가장 깊어지는 시간인 것이죠 사랑하는 강남가족 여러분 3월, 겨울과 봄의 경계에 있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겨울과 봄 사이에서, 그 모호한 경계 속에서 따뜻한 날을 기다리며 더 자유롭게 걷고,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어린 잎을 보면서 더 겸허해지길 바라게요 깊은 그늘에 햇빛이 더 들어오도록 살짝 비켜 나와서 기지개를 켜 봐요 이렇게 경계를 지나면 어느새 따뜻한 봄이 성큼 다가와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