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결산하는 세 가지 물음: “내가 이룬 게 무엇인가?” “내 곁에 누가 있었는가?” “나는 무얼 남겨 주었나?”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기를 맞이한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각자 다를 수 있으나, 대부분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거나 커다란 시련을 겪으면서 삶의 발자취를 되짚어보게 된다 그리고 그 발자취를 결산할 때면, 위와 같은 세 가지 근본적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게 마련이다 이 질문들은 가볍지 않다 오히려 인생 자체를 통째로 흔드는 무게를 지니며, 자기 삶의 총체적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여기서는 그 세 가지 물음을 중심으로, 우리의 삶이 어떻게 구성되고 또 무엇을 남기는지에 대해 차근차근 살펴보고자 한다 1 내가 이룬 게 무엇인가? “내가 이룬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동시에 가장 큰 부담감을 안겨준다 왜냐하면 우리의 교육, 사회적 가치관, 그리고 일반적인 성공담은 '무엇을 달성했느냐'를 두드러진 지표로 삼기 때문이다 직장에서의 승진이나 사업의 성과, 재산의 축적, 예술적·학문적 성취, 혹은 가족을 잘 돌보며 일군 화목함 등 삶에서 이룬 것은 매우 다양하지만, 우리는 흔히 그것을 ‘보이는 결과물’로만 좁혀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인생의 결산 시점에 서서 ‘내가 이룬 것’을 생각해볼 때, 단순히 통장 잔고나 부동산의 수만 세는 식의 재물적 척도로 환원하기에는 삶은 훨씬 더 복합적이다 ‘세상에 남긴 위대한 업적’이나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타이틀’만이 성취의 전부가 아니다 성취라는 것은 오히려 개인이 걸어온 길 위에서 얼마나 몰입하며 노력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자기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통해 평가될 수 있다 물론 눈에 보이는 지표들이나 ‘성공’이라는 단어가 갖는 힘을 간과할 수는 없다 많은 사람이 제도권 교육과 사회 시스템 속에서, 가령 명문대 진학 혹은 대기업 취직 등 ‘보편적 성공 모델’을 목표로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것을 부정하자는 말이 아니라, 인생의 결산 단계에서 ‘내가 이룬 것’을 측정할 때에는 보다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예컨대 누군가는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며 일평생 단골손님들을 정성으로 대접하고, 그 공간을 사람들이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사랑방처럼 가꾸었다면, 그것 또한 커다란 업적이자 성취다 세계적인 셰프가 되는 길만이 ‘이뤄낸 삶’이 아니듯, 자신이 속한 자리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면 이미 크고 작은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은 것이다 또한 ‘이룬 것’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자기 성찰’을 통해 길러낸 내적 성숙이다 사회에 공헌하는 상징적이고 거창한 결과가 없더라도,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졌다면, 그 과정에서 생긴 내면의 성장도 결코 적지 않은 성과다 내가 본래 지니고 있던 두려움이나 편견을 극복함으로써 마음이 한층 넓어졌다면, 그것만으로도 인생의 폭은 커지고 깊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성취의 작은 작은 예화로, 과거에 번화가 한가운데에 서점 하나를 꾸렸던 노부부가 있었다 화려한 대기업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 비하면 규모도 작고, 재정적으로 풍족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이 부부는 매일같이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찾아오는 손님에게 책을 권했다 때론 신중한 조언으로, 때론 따스한 웃음으로 사람들을 맞아주었다 이 부부가 소중하게 여긴 것은 ‘한 사람이라도 책의 즐거움과 지혜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거기서 정을 느끼고, 서로에게 책을 소개해주며 작은 ‘지식의 공동체’를 이뤄갔다 누군가에게 이 노부부의 서점은 몇십 년간의 기억과 추억이 서린,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쉼터였다고 말한다 규모나 경제적 성공으로만 보면 그들은 대단한 부를 얻지는 못했지만, 분명 '이룬 것이 없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의 삶은 여러 사람을 풍요롭게 했으며, 그 자체로 커다란 의미와 가치를 창출했다 2 내 곁에 누가 있었는가? 인생의 길에서 우리는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더불어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현실에서는 때론 경쟁 구도가 우선시되며, 진짜 마음을 나눌 사람 하나 찾기 어려운 냉혹함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인생의 결산 시점에 돌아보면, ‘과연 내가 걸어온 길에서 진심으로 교감했던 사람들’이 누군지 떠오르게 된다 대개 우리는 성공과 실패를 오로지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늘 크고 작은 인간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학창 시절에 나에게 힘이 되었던 친구나 스승, 직장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보듬어주던 동료, 인생의 방향을 함께 모색해준 가족… 이들 모두는 내가 흔들릴 때 버팀목이 되어줬을 것이다 또한, 내가 누군가의 곁을 지켜준 적도 있을 것이다 그 사실 자체가 내 인생에서 '내가 이룬 것'과도 깊이 맞물린다 사람은 누구나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또 상처도 받지만, 궁극적으로 인간다운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처럼 “내 곁에 누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은 과거의 내 삶에 어떤 인연들이 존재했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며, 동시에 ‘우정’과 ‘사랑’, ‘연대’라는 가치를 환기시킨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인연 중 일부는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일부는 깊이 뿌리내려 인생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만약 인생의 어느 한 단계에서 내가 치열하게 경쟁에만 매몰되어, 사람들과의 관계를 ‘도구적’으로만 대했다면, 결산 시점에 돌아봤을 때 텅 빈 외로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반대로 함께 성장하고 마음을 나누는 즐거움을 알았던 사람이라면, 소박한 자리에서도 그 곁에 남아있는 이들의 온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시대에는 ‘혼자만의 삶’이 이상화되기도 한다 1인 가구 증가나 비혼, 고립된 생활 양식 등 개인적 자유를 강조하는 흐름 속에서, 다수가 인간관계를 ‘부담’으로 여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물론 인간관계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요구한다 때때로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며, 그 복잡성과 취약함 때문에 회피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을 곰곰이 되짚어보면, 무엇보다도 내 옆에 있었던 사람들이야말로 나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존재였음을 깨닫게 된다 한때 미국의 저명한 하버드대학교 연구에서, '무엇이 인간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수십 년간 추적한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연구 주제의 결론은 명료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좋은 인간관계였다 ” 가족, 친구, 배우자, 지역사회와의 탄탄한 유대감이 오랫동안 행복과 건강을 지키는 핵심 열쇠라는 것이다 이처럼 삶을 결산할 때 우리가 묻게 되는 “내 곁에 누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은 바로 행복과 안위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계의 ‘수’가 아니라 ‘질’과 ‘깊이’다 삶에서 실제로 깊게 연결된 사람은 많지 않을 수 있다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관계일 수도 있고, 단 한 명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소수의 사람들이 나에게 진정한 공감과 지지를 주고받았는가이다 진짜로 통하는 사람 한 명이 주는 감동은, 수십 명의 피상적 지인으로부터 받는 일시적 관심보다 훨씬 더 깊고 오래 간다 결산 시점에서 우리가 온전한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표면적인 교제와 우연적 만남을 넘어, 정말로 내 삶에 결을 함께 해준 이들이 누구였는지 떠올려야 한다 그리고 혹여나 내가 누군가를 홀대한 기억이 있다면, 이제라도 용서를 구하고 화해하는 것도 의미 있는 마무리가 될 수 있다 3 나는 무얼 남겨 주었나? 마지막 질문인 “나는 무얼 남겨 주었나?”는 한층 더 미래지향적인 면모를 띤다 비록 과거를 정리하는 듯한 느낌의 질문이지만, 그 초점은 ‘나 이후에도 남아 있을 무언가’에 놓여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내가 살아온 인생이 다음 세대나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흔적으로 전해지는지를 묻는다 흔히 ‘유산(遺産)’이라 하면 금전적 혹은 물질적 재산을 떠올린다 그러나 인간이 남길 수 있는 진짜 유산은 그것만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인생의 지혜를 나누어주거나, 함께 걸어온 이들에게 용기와 사랑의 기억을 남기는 것 또한 엄연한 ‘유산’이다 오히려 물질적 자산은 시대가 변하거나 가치가 달라짐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사람의 내면에 새겨진 가르침과 경험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가령 우리가 배운 소중한 도덕이나 삶의 태도는, 부모나 스승, 혹은 인생의 길잡이였던 여러 인연으로부터 전수받았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또 다른 사람에게 자연스레 전해줄 때, 그 선순환은 확대 재생산된다 이는 곧 사회 전반에 스며드는 ‘문화’이자 ‘전통’이 되기도 한다 말 한마디가 큰 울림이 되어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한 명을 품어준 온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어 ‘남겨진 가치’가 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삶은 완벽하지 않다 성공뿐 아니라 실패와 좌절도 많다 그런데 그 실패와 좌절이 남겨 준 깨달음 역시 누군가에게는 가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 “나는 이런 어려움을 겪었고, 그 안에서 이런 교훈을 얻었다”라는 진솔한 고백은 다른 사람이 비슷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훌륭한 참고서가 된다 때로는 한 편의 영화나 책이 되어, 혹은 평범한 일상 대화 안에서 전해지기도 한다 소중한 진심은 형태를 가리지 않는다 우리가 치열하게 살아왔던 과정과 싸워왔던 시간들은, 나중에 뒤를 잇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삶의 결산에 있어 “내가 무엇을 남겼는가?”를 묻는 것은, 단순히 ‘자손에게 줄 재산’이나 ‘나의 이름을 기리는 기념물’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나의 노력이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에게든 힘이 되었고, 다음 세대에 더 나은 가능성을 열어주었는지 자문하는 것이다 유산이라는 개념은 단지 대를 이은 재산 상속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나눔’이다 꼭 거창한 봉사나 거액의 기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흘린 땀방울, 진심 어린 격려, 또 묵묵히 지지해준 응원과 같은 사소해 보이지만 따뜻한 행위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나눔은 결국 자기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