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 돌보려면 병가내야”…‘돌봄도 소외’ 특고노동자 / KBS뉴스(News)
학교 가는 게 늦춰질수록 자녀 돌보기가 고민이신분들 많으실텐데요. 정부에선 '가족돌봄 휴가'를 적극 활용하라고 하지만, 돌봄휴가는 딴세상 이야기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인데요. 이들의 이야기를 최은진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7살 자녀를 둔 골프장 캐디 A씨. 유치원 휴원이 무기한 연장되면서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할지 근심이 늘었습니다. 그동안 할머니가 아이를 돌봤지만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A씨/골프장 캐디/음성변조 : "할머니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것을 아이를 케어를 해줘야 하는데, 체력이 안되시는 거예요. 할머니가 아파서."] '가족돌봄휴가'를 쓰려고도 해봤지만 불가능했습니다. 회사 지시에 따라 일하지만 법적으론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병가를 내야 했습니다. [A씨/골프장 캐디/음성변조 : "특수고용직이라 제한이 됐다고, 해당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냥 병가 처리를 하고 애를 봐야 되는 거예요."] 마땅한 대책이 없어 집에 CCTV를 설치하고 아이들만 남겨둔 채 출근하는 동료도 있습니다. 일이 손에 잡힐 리 없습니다. [A씨/골프장 캐디/음성변조 : "아이가 어린데 일을 나와야 되는 상황이면 CCTV를 틀어 놓고 계속 본다는 거예요. 화면으로 아이를 보면서 아이가 잘 있나 확인을 해야 되니까."] 또 다른 특수고용직, 학습지 교사 B씨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돌봄휴가는 언감생심. 되는대로 친척들에게 번갈아가며 아이를 부탁하고 있습니다. [B씨/학습지 교사/음성변조 : "가족들의 도움을 계속해서 받아서 저희 어머님이 계시고 여동생이 있기 때문에 같이 합니다."] 고용 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 노동자는 220만 명이 넘는 걸로 추산됩니다. 그나마 이들 중 일감이 끊긴 14만 명에게 일부 생계비가 지원되지만, 돌봄 공백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메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