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의 꿈 - 봄 여름 가을 겨울 - 1989
밖으로 타오르기 보다는 안으로 끓어오르기를 꿈꾸고 열망했지만 번번이 핏물이 번진 손수건, 패랭이꽃 빛 치사한 게 정이란다 눈 감은 게 마음이란다 패랭이꽃 빛 / 나태주 예전엔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랐다 요즘엔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란다 시로 / 하상욱 地上에서 70년은 아름다웠다고 어느 날 내 일기장은 쓰리 푸른 시금치 잎을 먹고 안개 걷힌 들길을 걸어간 일 황홀했다고 아직 먼지가 되지 않은 참회록은 쓰리 황폐한 길과 건물들 사이에서 슬픔으로 반추하던 고뇌들이 날아가 수정(水晶)이 되었다고 고통의 술잔에 입술을 대며 바라본 하늘은 푸르렀다고 내 한 사람의 이름 앞으로 보낸 편지는 말하리 부르기만 해도 입 안에 초록빛 물이 고이는 풀꽃의 이름과 가끔 놀빛이 차양처럼 눈앞에 걸리던 걸어온 만리길은 약속처럼 설레었다고 내 흙 묻은 구두는 외치리 그러나 지상의 노래들의 절반인 고통이여 기록 없는 마음의 病歷이여 네가 괴로움에서 즐거움까지 닿는 데는 또 몇 번의 가을이 바뀌어야 하나 -----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5 / 이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