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콩이를
그런데 딱 그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있는 그대로 정제되지 않은 말이여도 좋으니까 뭐든 이야기 해달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정제되지 않은 말’ - 그 얘기를 듣고도 말이 쉽사리 잘 안나왔어요 말을 하고는 싶은데 또 안하고 싶고 입이 잘 안 떨어지고 그랬어요 그런데 이상하기는 했거든요 너무 별로인 생각을 하는 저를 저 스스로도 알았거든요 그따구인 못난 사람이 되고싶지 않았는데 알고보니까 그게 딱 저인거에요 말이 안나오니까 저 스스로한테 화가 나더라고요 머릿속에서 쓰레기같은 생각들 다 하고있으면서 날 어떻게 생각할지가 신경쓰여? 진짜 끝까지 비겁하고 찌질한 사람 할거야? 대체 뭘 포기를 못해? 너따위가 뭐라고?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런 생각하면서 적어둔 일기장 보여드리고 얘기를 조금씩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조금씩 이야기한 후에 처음에 하신 말씀이 많이 힘드셨을 것 같다고 하신거였어요 그리고 혹시 누구한테 털어놨냐고 물어보시길래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혼자 몇 주 울면서 고민하다가 말하는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혼자서 그랬을 생각하니까 마음이 안 좋고 안쓰럽다 는 말씀 해주셨던 걸로 기억해요 그 말 들으니까 또 눈물이 막 나는 거에요 사실 그때 일년 좀 넘는 시간동안 내내 엄청 힘들었거든요 무기력한 나부터 이게 나아지지 않는 것도,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는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좀 잘해보고 싶어서 날 들여다봤는데 몇주는 모르겠다는 생각만 들었던 것도, 어떻게 어떻게 해서 내 생각을 다 끄집어내니까 답답하고 알수없는 화만 잔뜩 나던 것도 다 너무 힘들었어요 누구한테 말을 할 수도 없고 또 차마 말하지도 못하겠고 어떻게 해야할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일도 모르겠고 여러가지 복잡하기만 했어요 그 와중에 해야 할 일들을 안해버릴수는 없으니까 해내야만 하니까 혼나면서, 심한 말도 조금씩 들어가면서 하는 게 힘들었어요 그러면서도 제대로 해내지도 못하는 거 같았거든요 아 그리고 혼자라 더 그랬어요 어디에 털어놓지를 못해서 더 서러웠어요 나만 동떨어진 느낌? 막 끅끅 거리면서 울었던 거 같아요 그때? 그 와중에 너무 창피해서 막 죄송합니다 이러면서 울었는데 죄송할 일이 아니라고 그만큼 마음이 힘들었던 거라고 하셔서 더 눈물이 안멈추더라고요 - 인정하는 게 나았어요 진짜 말그대로 광광 울어버리니까 받아들여야 했고요 아 나 상처받았구나 그래서 마음이 아픈거였고 슬픈거였구나 받아들이니까 오히려 편했습니다 자존심 상해서 인정하기 싫었던 시간이 낭비였다고 느껴질만큼 편했어요 자존심 상하기는 했는데 뭐 어떻게 해? 싶더라고요 말로만 아니라고 하면 뭐가 되나? 이미 받았는데? - 물어보시더라고요 왜 상처받은 거 같냐고? 그런데 당연히 받지 당연히!!!!!!!!!!!!! 이런 마음만 들었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렸더니 만일에 아예 유빈씨를 모르는 사람이 유빈씨한테 이상하다고 이야기 했으면 어땠을 거 같냐고 물어보시는 거에요 그럼 개소리야 이러고 넘기겠죠...?? 이런 생각이 들어가지고 비슷한 말을 내뱉고 나니까 뭔가 좀 이상하더라고요 ‘왜 그랬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대상이니까‘ 이 생각까지 가는데 꽤 걸렸어요 마냥 당연히 당연히 상처받지 당연히 몰라 짜증나 모르겠어 이런 느낌만 들었다가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이유가 조금씩 나오더라고요 나중에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고 강의를 들으면서 알게된건데 감정의 원인을 파고들 때 ‘모르겠다‘ 나 ‘그냥’ 이라고 생각이 드는 건 뇌에서 불편한 기억이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이야기라고 판단해서 자기 방어기제를 펼치는 거라고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