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 희망 뚜벅이 기자회견 / 정중규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 희망 뚜벅이 기자회견 / 정중규

"노동인권 변호사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굶고 해고되고 싸워야 하는가." '김진숙 희망 뚜벅이' 부산→서울 400㎞ 도보행진 34일만에 마무리…청와대는 ‘침묵’ 2021.2.7. 오후3시. 청운동 주민센터 앞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기자회견 발언] "포기하지 맙시다, 쓰러지지도 맙시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는가. 전태일이 풀빵을 사주었던 여공들은 어디서 굳은살 배긴 손으로 침침한 눈을 비비며 아직도 미싱을 돌리고 있는가. 아니면 LG트윈타워 똥물 튄 변기를 빛나게 닦다가 짤렸는가. 아니면 인천공항의 대걸레만도 못한 하청에 하청노동자로 살다가 짤린 김계월이 됐는가. 그도아니면 20년째 최저임금 코레일네트웍스의 해고자가 되어 서울역 찬바닥에 앉아 김밥을 먹는가. 노동존중 사회에서 차헌호는 김수억은 변주현은 왜 아직도 비정규직인가. 왜 청년들은 비정규직으로 차별과 멸시부터 배워야 하며 페미니스트 정권에서 왜 여성들은 가장 먼저 짤리며 가장 많이 죽어가는가.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정권에서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이스타 노동자들은 왜 무더기로 짤렸으며 쌍차와 한진 노동자들은 왜 여전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가. 박창수, 김주익을 변론했던 노동인권 변호사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굶고 해고되고 싸워야 하는가. 최강서의 빈소를 찾아와 미안하다고 말한 분이 대통령이 된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어가는가. 김용균, 김태규, 정순규, 이한빛, 김동준, 홍수연은 왜 오늘도 죽어가는가. 세월호, 스텔라데이지 호는 왜 아직도 가라앉아 있으며 유가족들이 언제까지 싸워야 하는가. 이주노동자들은 왜 비닐하우스에서 살다 얼어 죽어야 하는가. 왜 문정현 신부님은 백기완 선생님은 박정희 정권에서 시작한 싸움을 아직도 멈추지 못하는가. 전두환 정권에서 해고된 김진숙은 왜 36년째 해고자인가. 그 대답을 듣고 싶어 34일을 걸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약속들이 왜 지켜지지 않는지 묻고 싶어 한발 한발 천리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36년간 나는 유령이었습니다. 자본에게 권력에게만 보이지 않는 유령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 함께 싸워왔던 당신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해고자인 내가 보이십니까. 보자기 덮어쓴 채 끌려가 온몸이 피딱지가 되도록 맞고 그 상처를 몸에 사슬처럼 지닌 채 36년을 살아온 내가 보이십니까. 최저임금에 멸시의 대명사인 청소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울며 싸우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 “아빠 왜 안 와”라고 묻는 세 살짜리 아이에게 “아빠는 농성장이야”라는 말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 동지 여러분, 민주주의는 싸우는 사람들이 만들어 왔습니다. 과거를 배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입술로만 민주주의를 말하는 자들이 아니라 저 혼자 강을 건너고 뗏목을 버리는 자들이 아니라 싸우는 우리가 피 흘리며 여기까지 온 게 이 나라 민주주의입니다. 먼 길 함께 걸어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살을 깎고 뼈를 태우며 단식 하신 동지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먼 길을 가야 할지 모를 우리들. 포기하지 맙시다. 쓰러지지도 맙시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7일 마지막 행진 오전 11시 흑석역에서 시작, 오후 2시 30분쯤 청와대 도착 해고노동자와 시민 등 1300여 명이 함께 행진 단식 농성자들은 병원으로 김진숙 “청와대의 대답을 듣고 싶어 천리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포기하지도 쓰러지지도 않을 것” 청와대 입장 발표 無, 면담 진행 無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한진중공업 복직을 촉구하며 지난해 12월 30일 부산에서부터 시작된 ‘김진숙 희망 뚜벅이’ 도보 행진이 시작된 지 34일 만인 7일 청와대 앞에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침묵을 지켰다. 김 위원과 ‘희망 뚜벅이’ 참여자들은 이날 오전 11시에 흑석역에서 행진을 시작해 오후 2시 30분쯤 청와대 앞에 도착했다. 행진 마지막 날인 이날은 대우버스·아시아나케이오 등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 등 1300여 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9명씩 거리를 두고 청와대 인근까지 이동했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 도착한 김 위원은 자신의 명예회복과 복직을 촉구하며 48일째 단식 중인 농성자들을 만나 포옹을 하고 인사를 나눴다. 단식 농성자들은 이날부로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김 위원은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34일간 행진을 마무리하는 집회를 오후 3시부터 1시간 가량 진행했다. 김 위원은 이 자리에서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냐”며 “왜 오늘날에도 노동자들이 무더기로 잘리고 죽어가며 싸움을 멈추지 못하는지, 그 대답을 듣고 싶어 천리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정권에서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이스타 노동자들은 왜 무더기로 짤렸으며 쌍차와 한진 노동자들은 왜 여전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가. 박창수, 김주익을 변론했던 노동인권 변호사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굶고 해고되고 싸워야 하는가. 최강서의 빈소를 찾아와 미안하다고 말한 분이 대통령이 된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죽어가는가”라며 청와대를 향해 물었다. 김 위원은 또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 “36년간 나는 자본에게, 권력에게만 보이지 않는 유령이었다. 함께 싸워왔던 당신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해고자인 내가 보이냐. 보자기 덮어쓴 채 끌려가 맞고 그 상처를 몸에 사슬처럼 지닌 채 36년을 살아온 내가 보이냐. 최저임금에 멸시의 대명사인 청소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울며 싸우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냐. ‘아빠 왜 안와’라고 묻는 세 살짜리 아이에게 ‘아빠는 농성장이야’라는 말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고 묻기도 했다. 이어 “먼 길 함께 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며 “앞으로 얼마나 먼 길을 가야 할지 모르지만 포기하지도 쓰러지지도 않겠다”고 끝맺었다. 청와대는 이날 별다른 입장을 발표하지도, 김 위원과 직접 면담을 진행하지도 않았다. 이에 ‘김진숙 희망 뚜벅이’ 측은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황이라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미조직부장은 “김진숙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연석회의가 구성돼 있고, ‘김진숙 희망 뚜벅이’와는 관계없이 연석회의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며 “이 회의를 통해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정했다. 1981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에 용접공으로 입사한 김 위원은 1986년 열악한 노동환경과 노조의 어용성을 지적하는 유인물을 제작·배포했다가 경찰에 고문을 당했다. 사측은 이 기간에 무단결근했다는 이유로 그를 해고했다. 2009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부당한 공권력 탄압에 따른 해고를 인정하고 복직을 권고했으나 사측은 지금까지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김 위원은 지난해 12월 30일 만 60세 정년을 하루 앞두고 부산 호포역에서 400㎞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