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카페에서 들으면 좋은 시 / 거울 저편의 겨울 / 한강 / 시낭송 태라이선옥

겨울 카페에서 들으면 좋은 시 / 거울 저편의 겨울 / 한강 / 시낭송 태라이선옥

거울 저편의 거울 2 한강 새벽에 누가 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인생에는 어떤 의미도 없어 남은 건 빛을 던지는 것뿐이야 나쁜 꿈에서 깨어나면 또 한 겹 나쁜 꿈이 기다리던 시절 어떤 꿈은 양심처럼 무슨 숙제처럼 명치 끝에 걸려 있었다 빛을 던진다면 빛은 공 같은 걸까 어디로 팔을 뻗어 어떻게 던질까 얼마나 멀게, 또는 가깝게 숙제를 풀지 못하고 몇 해가 갔다 때로 두 손으로 간신히 그러쥐어 모은 빛의 공을 들여다보았다 그건 따뜻했는지도 모르지만 차갑거나 투명했는지도 모르지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거나 하얗게 증발했는지도 모르지만 지금 나는 거울 저편의 정오로 문득 들어와 거울 밖 검푸른 자정을 기억하듯 그 꿈을 기억한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중에서 #한강의시 #거울 #겨울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