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뜰표준발음#163]어머니의 텃밭(詩 심재영)_ 낭송 심재영 수사

[꽃뜰표준발음#163]어머니의 텃밭(詩 심재영)_ 낭송 심재영 수사

∎작품 배경 : 김포 외갓집에서의 추억 초등학교 다닐 때였다 인천 시내에서 살던 나는, 여름, 겨울방학을 하면 숙제물과 일과표를 챙기고, 옷 몇 가지를 가방에 넣어서 엄마를 따라서 김포 구래리에 사시는, 외삼촌댁을 찾곤 하였다 그곳은 ㅁ자형 초가지붕이었고, 외양간과 광이 딸려 있었다 뒤뜰 싸리나무 울타리 안 언덕위에는, 감나무 서너 그루가 있었는데, 사촌형 누이와 나, 또래의 동생 누이와 함께 같이 어울려 놀았다 외삼촌 집에서의 여름 방학은 나날이 즐겁기만 했다 외삼촌 집에서 아침에 큰 기지개 펴며 잠에서 깨어 일어나면, 먼저, 사촌 형제들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새마을 체조를 하고 세수를 하고 나면, 외숙모가 끓여놓은 구수한 호박 된장국이, 밥상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웃음꽃을 피우며 맛있게 먹고 난 우리는, 일정에 따라 외삼촌 내외와 형 누이들은, 꼴망태에 낫과 호미를 챙기고, 외양간에 매어둔 어미 소를 몰고 벼, 옥수수 심어놓은 논밭으로 나간다 집에 남아 있던 내 또래 사촌 동생들과 나는, 그날 방학숙제를 후다닥 해치우고, 모자를 뒤집어쓰고, 검정 고무신 늘려 신고 재빨리 집을 뛰쳐나와, 느티나무 밑 웅덩이 우물가를 지나, 꼬불꼬불 논길을 밭길을 가로지르면, 외삼촌과 형이 멀리 논에서 벼 피를 뽑고 계셨다 이내 우리는 논에 들어가 외삼촌 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며, 곤충채집과제로 물방개를 잡고, 메뚜기를 잡았다 그러는 동안 내 정강이에 거머리가 달라붙어, 기겁하여 논두렁으로 뛰쳐나오니, 내 놀라 모습에 깔깔 웃어대며 사촌 동생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거머리를 떼어내니, 그 자리에서 피가 흘러 내렸다 한편 가까운 밭에서는 외숙모 사촌 누이들이 고구마, 고추밭에서 무거운 엉덩이 내려앉고 풀을 메고 있었고, 어미 소는 옆 밭두렁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사촌 동생들과 나는 논길 뚝방 옆에, 한강에서 끌어 들이는 농수로가 흐르는 냇물에 팬티만 걸치고, 모두 첨벙 뛰어 들었다 한여름이라 오전인데도 물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우린 금방 물장구 치고 물바닥 모래 속에서, 조개를 잡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데, 밭을 매던 사촌 누이가 점심 먹으러 들어가자고, 손짓을 하며 우리를 불렀다 우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옷을 주워 입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돌아오면 엄마는 외갓댁에서의 지냈던 내 이야기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다 그 후 언제였을까 엄마를 따라 외갓댁에 잔치가 있던 가을 날 단풍이 곱게 물들어가던 그 시절에 장대로 홍시를 따먹던 기억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