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백일법문] 23일차 법문 "화엄종의 핵심 법계삼관에 보이는 중도사상"   1967년 12월 27일

[날짜별 백일법문] 23일차 법문 "화엄종의 핵심 법계삼관에 보이는 중도사상" 1967년 12월 27일

화엄종의 중도사상은 진공묘유와 공유교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법의 실상을 알고, 중도의 이치를 바로 보면 온갖 괴각(乖角)과 모난 견해들이 사라집니다 법장은 그런 지혜를 ‘둥근 구슬’로 비유했다 모나지 않고 걸림 없는 지혜이기 때문입니다 둥근 구슬이 걸림 없듯 갖가지 견해와 주장에 걸림이 없는[諸見不拘] 자유로운 인식을 갖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둥근 구슬은 모든 차별과 변견이 사라진 중도의 지혜를 상징합니다 차별된 견해와 치우친 편견은 모난 것입니다 그러나 중도의 눈으로 보면 그런 모서리가 모두 사라집니다 우리가 추구할 마음의 상태는 바로 이 둥근 구슬처럼 온갖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법계삼관이란 진리의 세계인 법계를 관찰하는 세 가지를 말합니다 첫째는 진공절상관(眞空絶相觀)으로 모든 것이 다 공해서 일체의 상(相)이 전부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이사무애관(理事無碍觀)으로 진공절상관에서 모든 것이 공하여 일체의 쌍이 떨어졌으나 여기에 이르면 도리어 이치와 사물이 걸림이 없이 원융무애하기 때문에 이사무애라고 합니다 진공절상을 앞에 놓은 것은 만법 성상(性相)의 자체가 진공절상임을 바로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체만법이 공하여 상이 다 끊어지면 자연히 서로 융통하고 무애하게 되어 이사무애관이 성립됩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세번째의 주변함용관(周變含用觀)이라는 사사무애법계(事事無碍法界)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법계삼관은 본래 두순화상이 세운 것인데 여기에 대한 자세한 해석을 청량국사(淸凉國師;738-839)가 하였으며, 다시 뒤에 규봉(圭峯;780-841)스님이 해설한 것도 있습니다 두순스님은 화엄법계관을 진공절상관, 이사무애관, 주변함용관의 삼관(三觀)으로 분류했는데, 청량국사처럼 사법계(事法界)를 따로 세우지 않은 것은 이사무애관 가운데 사법계와 같은 내용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청량국사는 사법계를 따로 세워서 사법계 이법계 이사무애법계 사사무애법계의 네 가지로 분류한 것입니다 법계삼관(法界三觀)중 세번째는 주변함용관(周遍含容觀)입니다 주변함용은 곧 사사무애이니 고덕을 의지하여 십현문을 드러냄입니다 이 십현문이 다같이 연기하여 무애원융하여서 그 문 하나에 모든 것을 다 구비한다는 뜻이므로 곧 중도를 의미합니다 주변함용관에서 '주변(周邊)'은 두루 퍼진다는 뜻이니 '천상의 달 하나가 모든 물에 다 비치는 것(一月普現一切水)'을 말합니다 '함용(含容)'이란 그 반대로 '일체의 물에 비친 달이 천상의 한 달에 포섭되어 있다(一切水月一月攝)'는 뜻입니다 따라서 주변함용은 일월보현일체수하고 일체수월일월섭으로 일즉일체(一卽一切)이고 일체즉일(一切卽一)인 사사무애를 말하는 것이며, 주변함용관은 일즉일체이고 일체즉일인 사사무애의 근본법계를 바로 보는 것입니다 하나가 일체가 되고 일체가 하나가 된다는 것은 진공묘유의 체와 용을 따라서 상즉상입이 성립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상즉상입이란 진공묘유의 근본작용인만큼 일체가 상즉상입하면 사사무애의 도리가 자연히 성립합니다 이것은 불교에서 자의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법계(法界)의 본체가 원래 이러한 까닭입니다 부처님도 원시경전에서 말씀하시는 것과 같이 대법계연기(大法界緣起), 상주법계(常住法界)라는 것은 부처님이나 중생이 만든 것이 아니라 본래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을 부처님이 바로 깨쳐서 중생들에게 소개하였을 뿐입니다 법계관이라 하니 마음으로 무엇을 만들어 접합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그것은 잘못된 오해입니다 만법 자체를 바로 보면 그 실체에 있어 전체가 쌍차쌍조하고 원융무애해서 중도라고 표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습니다 중도라는 것도 만법 자체의 근본을 지칭할 뿐이지 불교에서 중도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이 중도를 깨쳤다는 것도 만법 자체의 근본원리인 중도를 깨쳤다는 것이지 부처님이 중도를 만들어 만법의 자체에다 적용시킨 것이 아닙니다 #성철스님 #백일법문 #화엄종법계삼관 [날짜별 백일법문] 23일차 법문 "화엄종의 핵심 법계삼관에 보이는 중도사상" 1967년 12월 27일 * 백련불교문화재단 * 성철선사상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