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습격, 내몰리는 골목 슈퍼ㅣMBC충북 NEWS
[앵커] 몇 년 전만 해도 동네에서 흔히 보던 골목 슈퍼를 요즘에는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대기업 편의점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문을 여는 곳보다 닫는 곳이 더 많습니다 실태가 어떤지, 대책은 없는지 집중 취재 했습니다 김대웅 이지현 기자가 잇따라 보도합니다 [기자] 66살의 김승호 씨는 10년 전 30㎡ 남짓한 작은 구멍가게를 열었습니다 직장을 잃고 10년간 일용직을 전전하며 모은 돈에 대출받은 돈을 합쳐 어렵게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석 달 전 150m 떨어진 곳에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들어서고, 3주 전엔 불과 70m 옆에 또 다른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위기가 시작됐습니다 하루 30만 원이던 매출은 당장 반 토박이 났습니다 직원도 없이 혼자 16시간 동안 가게를 보는데, 가겟세와 전기료를 내면 손에 쥐는 게 없습니다 [김승호/동네 슈퍼 주인] "대출 이자 못 낼 상황, 어떻게 해야 할지" 경북 문경 출신의 68살 장정자 씨도 광부였던 남편의 퇴직금을 몽땅 털어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충주에 구멍가게를 얻었습니다 이 가게 반경 150m 안에만 최근 5년 사이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두 군데나 들어섰습니다 [장정자/동네 슈퍼 주인] "다른 거 할 수 없어서 그냥 붙들고 있다"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에는 한 판매점과 다른 판매점의 거리를 50m 이상 떨어뜨리게 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50m를 살짝 넘긴 곳에 새로운 판매점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2009년 이전에 지정 받은 곳은 거리 규정도 없습니다 이 동네 슈퍼 바로 옆에는 대형 편의점이 구내 매점 형태로 들어서 담배를 팔고 있습니다 자리를 팔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한 달 뒤 편의점이 바로 옆에 문을 열었다는게 동네 슈퍼 주인의 하소연입니다 [동네 슈퍼 주인] "대기업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들어와" ------------------------------------------- 제가 서 있는 이곳이 바로 나들가게입니다 대기업 골목 상권 침투에 대응해 정부가 지난 2010년부터 신청을 받아 지금까지 천억 원 가까운 예산을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4년 동안 개점한 곳보다 오히려 폐업이나 취소된 곳이 훨씬 더 많습니다 ------------------------------------------- 같은 기간 이른바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새로 문을 여는 곳이 늘면서 매년 10% 이상 크게 성장했습니다 500m 안에 신규 출점을 금지하고 있는 빵집과 달리 동네 슈퍼를 보호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충주의 한 동네 슈퍼도 이 때문에 답답함을 겪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슈퍼 바로 건너편에 대형 편의점이 들어서기로 해 민원을 넣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거리가 가까워 담배 판매가 어려워지자 출입구 위치를 바꾸는 꼼수도 나왔습니다 이때 나선 건 자치단체가 아닌 시민단체 기자회견을 열고 압박하자 결국 대기업이 출점을 포기했습니다 [이상복/동네 슈퍼 주인] "한시름 놓았지만 항상 불안" 시민단체는 자치단체 차원의 규제도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담배사업법이 그 근거, 담배를 팔 수 없으면 편의점이 들어서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담배 판매점 사이에 50m 이상 거리를 두게 하지만, 자치단체가 얼마든지 규칙을 개정할 수게 돼 있습니다 [최윤정 사무국장/충북·청주경실련] "골목 상권 보호 위해 거리 더 넓혀야 한다" 국내에서는 서울시 서초구가 지난해 10월부터 담배 판매점 거리 제한을 50에서 100m로 늘려 신규 지정을 어렵게 했습니다 동네 가게, 골목 슈퍼를 살리는 일, 해당 지자체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MBC 뉴스 이지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