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로 살아가는 게 처음이라서
버겁다 매일 눈을 뜨면 난생처음 겪는 하루의 시작인데, 왠지 모르게 과거에도 그랬던 것 같은 부정적인 마음이 하루와 하루의 틈 사이에 덕지덕지 껴 있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에 맞춰 나를 미워하는 이들을 끌고 다니는 것 같다 내가 뱉은 말들은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난 그 대가로 앞에서 그리고 뒤에서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아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다정과 위로를 건네받으며 겉으로는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우는 얼굴을 했다 어딘가 고장 난 관절을 달고 높은 언덕을 오르는데, 몸이 지칠 때마다 자꾸 건전지만 교체해서 어떻게든 완전히 방전되는 것을 유예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세상을 가진 적도 없고, 세상이 나를 외면한 적도 없는데 괜히 고조되었다가 쓸쓸해지고, 행복해졌다가 우울해지며 하루의 온도차를 겪어냈다 이륙과 착륙을 반복하는 감정의 난기류 속에서 난 또 내일의 비행을 시작해야겠지 몇천 번의 몇만 번의 매일을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무수한 처음을 맞이했다는 말이지만, 삶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고 매몰차며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직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무난히 살아갈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당신만 그런 것도 아니고, 나만 그런 것도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 당신도 나라는 존재로 살아가는 게 처음이라서 그런 것 아닐까 나도 나로 살아가는 게 처음이라서 방금 시작한 이 하루도, 난생처음 겪는 최초의 여행이라서 제목과 본문은 작가의 도서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에서 발췌했습니다 Image : hana & alice (drama) -------------------------------- 00:00 허회경 - 김철수 씨 이야기 04:07 허회경 - 집으로 가는 길 08:16 허회경 - 그렇게 살아가는 것 11:32 허회경 - 순진한 마음 14:46 허회경 - 사랑 속엔 언제나 18:06 허회경 - 결국 울었어요 21:30 허회경 - 기어코 기어코 24:54 허회경 - 짐을 내려요 28:05 허회경 - 난 묻어요 #허회경 #인디플리 #인디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