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 / J. Cacioppo & W. Patrick / 민음사
최근 읽었던 번역서들은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번역되어 있어서 읽기가 참 편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실력있는 전문번역가들이 많아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는 예전의 실망감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이 책의 뒤표지에는 '몰입'을 연구하는 칙센미하이,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대니얼 길버트, 에모리대 심리학과 교수인 프란스 드 발 같은 내로라 하는 심리학자들의 추천글이 있다 특히 길버트는 이렇게 평했다 "지난 10년간 발표된 인간 조건을 다룬 사회과학 연구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저서" 결코 대니얼 길버트에 비할바 아니지만 나 역시 이 의견에 동의한다 외로움에 관해서 만큼은 지금까지 읽었던 어느 책보다 뒤지지 않는다 심리학 연구결과와 이론에 충실할 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사례와 예시가 녹아들어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도통 이해가 안되는 문장이 한두 개가 아니다 번역상의 문제다 이 책의 원제는 LONELINESS(외로움)이고 부제는 "사회신경과학으로 본 인간 본성과 사회의 탄생(Human Nature and the Need for Social Connection)"이다 제목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외로움이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것으로 인간은 본래 사회적 관계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내용이다 왜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끼는지, 외로움을 느낄 때 우리의 신경계를 비롯 신체 전반에 어떤 문제가 일어나는지를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특히 저자가 수십년 간 연구해 온 외로움에 관한 다양한 방식의 실험과 연구들이 이 책에 잘 녹아들어 있어서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외로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저자는 외로움과 우울은 다르다고 말한다 저자의 설명을 들으니 그 동안 우울증과 많이 관련시켰던 그러나 왠지 석연치 않았던 자살이라는 현상에 외로움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지 않은가 생각했다 또한 상담을 하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심리적 고통 이면에도 역시나 외로움이란 주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은 외로움을 극복하고 사회적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방법이 빈약하고, 설득력이 조금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당연히 책의 저자가 임상심리학자가 아닌 실험심리학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다 이런 생각은 내가 만났던 수많은 외로운 사람들, 그리고 과거 10년 정도 외로웠던 시절을 빗대어 생각해 본 것이다 외로움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과 심리학 이론과 연구를 접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