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8. 02. [뉴스브릿지] '동반 자살' 아닌 극단적 아동학대
[EBS 뉴스] 이혜정 앵커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죠 그런데 부모에게 목숨을 잃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부모가 목숨을 끊으면서, 아이를 살해하는 건데, 극단적인 아동학대죠 나현경 변호사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지난 6월 전남 완도에서 실종된 열 살 조유나 양과 부모가 숨진 채 발견이 됐습니다 세종시에서도 자녀 살해 사건이 있었고, 어제는 아산에서 엄마가 자녀 네 명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있었습니다 계속 이런 사건이 일어나고 있어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이나 가정사를 비관하며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자녀들까지도 살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아이는 아직 "죽음"에 대한 의미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나이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닌 부모에 의해 희생당한 "피해자"일 뿐이어서 "동반 자살"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데요 유사 사건에 대해 한 지방법원에서는 '동반 자살은 가해 부모의 언어'일 뿐, 사실은 명백한 '살인'이며,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 범죄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혜정 앵커 사실 '자녀 살해 후 자살'이죠 그런데 이런 사건이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유독 많다고 해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지난 2014년 서울대에서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국내에서 최소 230명의 자녀들이 부모의 죽음에 동반되었고, 이는 한 해에 30∼40건에 이르는 수준입니다 또한, 지난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여전히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자식의 패륜을 심각한 문제로 보면서도 부모가 자식에게 저지르는 범죄는 체벌이나 훈육으로 바라보는 등 관대하다는 지적이 있고요 또한, 존속 살인의 주된 이유가 정신질환(40%)인 반면,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주된 이유는 가정불화(45%) 그 다음이 경제적 어려움(27%)라고 하는데요, 이는 위기 상황에 놓인 부모가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 또는 화풀이하는 대상으로 여기거나 자신의 처지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혜정 앵커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경우 이를 가중처벌하는 존속살해죄 규정이 있는데요, 거꾸로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경우, 이건 비속 살인이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가중처벌 규정이 있나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형법에 규정된 존속살해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일반 살인죄보다 엄격한데요, 반면 자녀, 즉 비속에 대한 범행을 가중처벌하는 규정은 형법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혜정 앵커 혹시 최근 개정된 정인이법을 적용하면 자녀 살해를 저지른 부모에 대해 가중처벌이 가능할까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정인이법은 2021년 3월부터 아동을 학대하고 살해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으로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된 것인데요, 이에 따라 일반 살인죄보다 법정형은 가중되었지만, 아동이 아닌 성인 자녀를 대상으로 한 비속 범죄에는 여전히 일반 살인죄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규정은 아동복지법상의 보호자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규정으로, 그 행위자가 부모인 경우를 특별히 가중하여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에 따라 연약하고 무고한 어린 자녀들이 절대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범죄에 대해서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혜정 앵커 중요한 건 이런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걸 텐데, 어떤 점들이 보완되고 개선돼야 할까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아이들에게 출생의 자유가 없다고 해서 죽음마저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죠 아이의 미래와 생명은 아이 자신이 아닌 그 누구도 좌우할 수 없어야 할 텐데요 먼저 부모는 아이들이 하나의 인격적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의 죽음에 자녀를 동반시키는 행위가 명백한 범죄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겠고요, 또한, 사회공동체 역시 이러한 문제에 책임감을 느끼고 적극적인 개입과 사전예방에 힘써야하는데요, 정부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의 행위를 막을 수 없더라도, 최소한 이들이 두고 간 미성년 자녀가 사회의 안전망 안에서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적 시스템을 견고히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특히, 팬데믹으로 많은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정부와 관련 기관은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쉽게 손 내밀 수 있도록 더욱 촘촘한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하는데요, 보건복지상담센터 129로 전화하면 복지나 위기대응과 관련한 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혜정 앵커 이 아이들이 참 어린데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이런 무고한 아이들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던 무거운 짐을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기억하고 바꿔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변호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