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 대한 반성문 -  윤보영(낭송: 채수덕)

어머니에 대한 반성문 - 윤보영(낭송: 채수덕)

제가 오늘 어머니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했던 말을 또 하고 다시 하는 어머니에게 들었던 말이라며 그만 하라고 했습니다 올해 여든다섯 어머니는 요즘 들어 귀가 어두워지고 기억력이 흐려졌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 때문인지 선명한 기억은 강하게 얘기하고 다시 만나면 처음 하는 것처럼 얘기를 꺼냅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어머니가 젊은 시절 고생했던 일을 가족들 앞에서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을 들었던 이야기라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어머니 말을 가로막게 되었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말을 멈춘 어머니 얼굴에 서리가 내렸고 내 기분은 가지 끝에 달린 나뭇잎처럼 흔들렸습니다 언젠가 서리 내린 땅에도 한겨울이 올 텐데 그때 가면, 이 소리마저 그립다고 눈물 흘릴지 모르는데 어머니 말을 가로막고 말았습니다 점심때 있었던 어머니 일로 하루 내 풀 죽어 지냈습니다 어머니 생각으로 가슴 깊이 반성문을 눌러 적고 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