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유치원] 실존주의 소설 '구토' by 장 폴 사르트르 5분만에 읽기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소설가, 장 폴 사르트르의 대표작 '구토'를 함께 읽어봅니다 :) ====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라는 말로 우리에게 익숙한 장 폴 사르트르는 오늘 우리가 살펴볼 소설 ‘구토’의 저자이자 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는 1905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인 1980년 4월 15일에 사망했는데요 1943년에 출간한 철학서 ‘존재와 무’는 13년만에 46판이 인쇄되며 철학 서적으로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죠 평생 계약 결혼관계를 유지한 보부아르와의 관계는 늘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었으며, 프랑스 독립을 위한 레지스탕스 활동을 비롯해 알제리 독립운동 지지, 혁명가 체 게바라와의 만남 등 평생 다양한 사회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본격적으로 그의 소설 구토를 읽어보기 전, 우리는 사르트르의 철학을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실존주의 철학의 정수가 담겨 있는 책이 바로 구토이기 때문인데요 그의 철학은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하나의 명제로 정의됩니다 여기서 실존이란 ‘그저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본질이란 ‘존재의 이유와 목적’을 말하죠 가령 사물은 존재의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저 있기 전에 목적을 지니는 것이죠 즉, 사물은 ‘본질이 실존에 앞선다’고 할 수 있는 겁니다 반면 인간은 본질이 규정되지 않은 채 세상에 속에 던져진 존재입니다 때문에 본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그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고 삶의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죠 다시 말해, 인간은 사물과 달리 ‘실존이 본질에 앞서’는 존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럼 이제 소설의 내용을 살펴보죠 주인공은 앙투안 로캉탱이란 인물입니다 그는 중부 유럽과 북아프리카, 극동아시아를 여행한 뒤 3년 전부터 부빌이란 지역에 거주 중 입니다 그는 드 롤르봉 후작이란 프랑스 혁명 전후 혼란기의 인물을 연구하고 있지만 이미 답보 상태인지 오래인데요 그는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고, 아무 것도 받지 않으며, 아무 것도 주지 않으면서 살아갑니다 사회적 관계 또한 철도회관 여주인과의 섹스,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접근한 ‘독학자’와의 대화가 전부인 상태이죠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바닷가에서 물수제비 놀이를 하려고 조약돌을 주운 순간 불쾌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아이들은 바다에 돌을 던지며 누구 돌이 얼마나 멀리 나가는지 내기를 하고 있었고, 나도 그들처럼 바다에 돌을 던지려고 했다 돌을 던지려던 순간 나는 멈추었고, 돌을 떨어뜨리고는 그곳을 떠났다 ” 이후 로캉탱은 조약돌을 주운 순간 감지한 그 불쾌감을 ‘구토’라고 명명합니다 “이제 생각난다 언젠가 바닷가에서 그 조약돌을 손에 쥐었던 느낌이 뚜렷하게 떠오른다 시큼한 구토 증세였다 말할 수 없이 불쾌했다 그 조약돌 탓이었다 확실하다 조약돌에서 손아귀로 옮겨진 거였다 그렇다 그거다 바로 그거다 손아귀에 담긴 일종의 구토 증세 ” 구토는 이후부터 계속됩니다 문의 손잡이를 잡으면서, 카페에서 맥주컵을 쥐면서, 땅에 떨어진 종이쪽지를 집으려고 하면서, 거울 속에서 자기 얼굴을 보면서, 카페 종업원의 벨트가 셔츠의 주름 속으로 보일 듯 말 듯 했을 때 등 시시때때로 말이죠 그의 구토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요? 답을 미리 말하자면 구토는 인간이 그 자신을 포함한 세계의 모든 존재들이 지닌 본래 모습과 마주했을 때 느끼는 낯설고 부조리한 감정을 말합니다 로캉탱은 본질 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 즉 인간입니다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이며 그 자유를 바탕으로 자기와 자기 아닌 존재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게 되죠 하지만 여기에 안주하여 ‘반 수면상태’에 빠진 인간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세계는 기계적이고, 반복적이며, 인습적이죠 이런 세계에 안주해 편안함을 느끼는 인간이 자기와 자기 아닌 존재들의 본래 모습에 주목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합니다 로캉탱은 그러한 인물 중 하나이며, 세계의 존재들이 지닌 본래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구토 증세를 보이게 되는 것이죠 그가 증세를 가라앉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뿐입니다 바로 낡은 재즈 레코드의 음악을 듣는 것이죠 재즈 음악은 구토를 유발시키는 여타 존재들과는 달리 모든 것이 필연성의 법칙 아래 있습니다 재즈의 모든 요소들은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또한 그러므로 모든 것들이 적재적소에 위치해 있죠 이러한 과정을 거쳐 부빌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그는 파리로 향하는 기차를 타며 새로운 결심을 합니다 소설을 쓰겠다는 다짐이 그것이죠 자신의 실존적 이유를 찾지 않은 채 그저 존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존재로 거듭나게 된 겁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나요? 아니면 부빌에서의 로캉탱처럼, 그냥 주어진대로 아무 의미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