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신동욱 앵커의 시선]
"사랑해요 ("엉?") 흐흐흐 ("니 무슨 실없는 소리 하고 있노?")" 몇 년 전 부산경찰청이 시민들에게 전화로 사랑을 고백해보라고 하자, 다들 쑥스러워합니다 "몬해요, 몬해" 사랑 고백을 듣는 사람도 처음엔 어색해합니다 "("안 하던 짓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제?")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엄마, 사랑해 ("왜!")" 하지만 이내 행복해합니다 "여보, 세상에서 제일 많이 사랑해" "나도 내가 내가 더 내가 내가 더더더…" 그 말을 왜 진작에 못했을까요 대구 지하철을 덮친 불길 속에서 아내가 휴대전화로 작별합니다 "여보, 사랑해요 애들 보고 싶어요" 아버지가 딸에게 문자를 남깁니다 "미안하다 내 딸아, 사랑해" 세월호 아이들도 못다 한 사랑을 전했습니다 "엄마, 말 못할까 봐 보내놓는다 사랑해" "연극부 다들 사랑해 잘못한 거 있으면 용서해줘" 선생님이 어머니에게 마지막 문자를 띄웁니다 "구명조끼 없어 미안해 사랑해" 예순 개 나라, 백여든 곳 세종학당에서 우리말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한국어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여덟 명에 한 명꼴로 꼽은, 단연 1위가 바로 '사랑' 이었습니다 써보고 소리내보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말이 어찌 그뿐이겠습니까 시인은 감자꽃이 갓 피어 배추흰나비의 날개소리를 듣는 순간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싱그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눈물겹고 흐뭇하고 뿌듯하고 짜릿하고 벅차고…" 우리말, 우리글은 머릿속 가득 느낌표를 터뜨립니다 놀라운 힘으로 살아 숨 쉽니다 비운의 시인 한하운의 귀엔 개구리 울음이 한글 배울 때 익히던 홀소리와 닿소리로 들립니다 "가갸 거겨 고교 구규 그기가" 온통 미움과 화로 들끓는, 말 같지 않은 말이 몸서리치게 넘쳐나는 세상… 그 귀 따가움과 마음 답답함이 잠깐이나마 말끔히 걷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조선어연구회가 처음 우리글 날을 만들어 기렸을 때 이름도 '가갸날' 이었지요 아흔네 살 되도록 환자를 돌보던 한원주 박사가 지난해 이맘때 하늘로 돌아가며 남긴 말을 되뇌어봅니다 "힘내라 가을이다 사랑해" 내일은 가갸날, 575돌을 맞는 한글날입니다 10월 8일 앵커의 시선은 '사랑해' 였습니다 [Ch 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 공식 홈페이지 👍🏻 공식 페이스북 👍🏻 공식 트위터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 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