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에세이70-1] 소 키우는 조각가 감성빈
[다큐에세이] 여기이사람 70회 ep 2) 소 키우는 조각가 감성빈 성빈 씨의 작업실은 축사를 개조해 만들었다 작업실 바로 옆에는 수십 마리의 젖소들이 풀을 뜯어먹고, 작업실에는 간간히 소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이곳에서 자신만의 감성으로 조형물을 빚어내는 조각가 감성빈 그는 하루에 두 번 작업용 신발을 장화로 갈아 신고 예순다섯 마리의 젖소들이 기다리는 축사로 향한다 그는 조각을 하는 예술가인 동시에 소를 키우는 사람 성빈 씨는 사실 일반적인 작가 입문 공식에서 조금은 벗어나는 삶을 건너왔다 기계 공고를 졸업하고, 엘리베이터 부품을 만드는 공장의 노동자로 살았던 성빈 씨 그림을 그려 칭찬받던 유년 시절을 지렛대 삼아 뒤늦게 미술대학에 응시해 중국 유학길에 올랐다 낯선 타국에서 이방인으로서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유망한 작가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작가의 꿈을 키우며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무렵, 한국에서 갑작스런 비보가 날아들었다 부모님과 목장을 일구던 하나 뿐인 형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 성급히 집으로 돌아온 성빈 씨는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보낸 부모님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매일 가까이에서 지켜봐야 했다 또한 그런 부모님을 대신해 누군가는 해야 하는 목장 일에 뛰어들었다 그가 빚는 작품들은 모두 사람의 조형물 눈물 흘리는 전쟁고아, 아들을 잃은 아버지, 흩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팔십 노인까지 모두 슬픈 사람들의 조각들이다 성빈 씨는 그렇게 견디기 힘든 자신의 슬픔을 타인을 슬픔, 세계의 슬픔에 빗대어 빚으며 내면의 치유를 얻어왔다 슬픔과 시련의 시간을 건너온 만큼 더욱 단단해지고 견고해진 조각가 감성빈의 삶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