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현재 그리고 미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지도자의 현재 그리고 미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미국 역사에서 가장 많은 것을 성취한 퍼스트 레이디, 루 스벨트 대통령 부인 엘리너가 숨을 거둔 침대 곁에, 시 한 편이 놓여 있었습니다. "믿었던 영혼은 기만당하고, 잠시 아무 생각도 않는다. 모든 생각들이 역겹다…" 엘리너는 시에 '1918'이라는 숫자를 써놓았습니다. 남편의 가방에서 연애편지 한 묶음을 발견한 해였지요. 엘리너의 여비서가 남편에게 보낸 편지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배신당한 고통을 엘리너는 평생 겪었고, 죽음의 길까지 안고 간 겁니다. 그 고통은 거꾸로, 엘리너를 가장 활동적인 퍼스트 레이디로 이끈 동력이기도 했습니다. 엘리너 못지않았던 참여형 퍼스트레이디가 카터 대통령 부인 로절린이었습니다. 엘리너도 삼갔던 각료회의에 배석했고, 남편을 대신해 해외 순방도 했습니다.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해, 고지식하고 무능했던 남편의 결점을 메우기 위한 노력들이었습니다. 카터와 로절린은 94년 전 처음 만났습니다. 카터가 세 살 때, 간호사였던 어머니를 따라 이웃집에 갔다가 생후 하루 된 로절린을 봤지요. 두 사람은 마을에서 함께 자라 결혼했고, 땅콩농장을 함께 일구다 백악관까지 가는, 말 그대로 반려의 삶을 걸었습니다. 아흔일곱 살 카터와 아흔네 살 로절린이 고향에서 결혼 75년을 조촐하게 자축했습니다. 금혼과 금강혼을 합친 금강-금혼입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오래 산 대통령이, 가장 오랜 결혼을 누리며 기록을 계속 경신해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딱 맞는 사람과 결혼한 것이 최고 비결" 이라고 했습니다. 카터는 실패한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는 겸손하고 검소한 보통사람처럼 보이고 싶어했습니다. 대통령 요트를 팔고, 전용차를 줄이고, 의전 절차를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은 무능한 대통령이 옷가방을 들고 다니며 성자처럼 행동하는 것을 역겨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그는 재선에 실패했지만 땅콩 농부에서 대통령이 됐듯 인생을 또 한번 역전시켰습니다. 세계 분쟁해결에 앞장서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아흔다섯 살까지 망치를 들고 봉사했습니다. 임기 말년에 언론의 조롱대상이 되다시피했던 그를, 타임지는 '최고의 퇴임 대통령'으로 꼽았습니다. 75년 해로는, 그런 삶의 끝자락에 꽃비처럼 내린 축복일 겁니다. 갑자기 먼나라 대통령 얘기를 하게 된 건, 우리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입니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들의 딱한 처지가 겹쳐 떠올라 두서 없이 우리 지도자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해 봤습니다. 7월 9일 앵커의 시선은 '지도자의 현재 그리고 미래' 였습니다.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 공식 홈페이지 http://news.tvchosun.com/ 👍🏻 공식 페이스북   / tvchosunnews   👍🏻 공식 트위터   / tvchosunnews   뉴스제보 : 이메일([email protected]),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