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대통령과 모욕죄 - 2021.05.04 [MBN 종합뉴스]
'너무 재밌어서 나도 웃었다 ' 1980년대 서독에서 화제가 됐던 '콜 농담' 시리즈를 들은 헬무트 콜 당시 총리의 반응입니다 '콜 농담'은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풍자를 넘어, '머리가 비었고, 멍청한 총리'라는 인신 모욕적 내용도 담겼는데 말이죠 이에 한 기자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아니냐'고 물었더니 콜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아니다 국가기밀 누설죄다 ' 독일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고 EU의 기초를 다진 콜 전 총리의 포용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그런데 요즘 문재인 대통령이 군사정권 이후 최초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형사처벌을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지요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됩니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죠 '라고 말했었는데, 뭔가 뒤엉킨 느낌이죠 문 대통령이 '마음에 빚'이 있다고 밝힌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2013년 논문에서 '매우 저열하고, 표현 형태도 매우 직접적인 비방일지라도 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모욕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라고 못 박았었습니다 '고소를 취하하라'라는 논란이 커지자, 오늘 오후 뒤늦게 떠밀리듯 처벌 의사를 철회한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번 고소 논란은 청와대 핵심 참모들의 건의로 이뤄졌을 겁니다 마키아벨리는 저서 '군주론'에서 군주의 지혜를 가늠하는 첫 번째 척도는 군주의 주변 인물을 살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관의 치'라는 태평성대를 연 당 태종은 대신 위징을 거북하게 여겼지만, 그래도 끝까지 중용했습니다 너무 비판의 날을 세워 분을 삭이지 못한 태종이 소화불량으로 고생할 정도였는데도 내치지 않았죠 동양, 서양 모두 어떤 참모를 쓰냐에 따라 지도자의 평가가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 겁니다 이번 고소 건은 뒤늦게 정리됐지만, 문 대통령의 참모들이 과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대통령과 모욕죄였습니다 ☞ MBN 유튜브 구독하기 ☞ 📢 MBN 유튜브 커뮤니티 #MBN #종합뉴스 #김주하의그런데 MBN 페이스북 MBN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