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4월 03일 뉴스초점-"정시 늘려라"에 학생 '멘붕'

김주하의 4월 03일 뉴스초점-"정시 늘려라"에 학생 '멘붕'

'애들 갖고 장난 좀 치지 마라 ', '오락가락 정책 정말 짜증 난다 ' 이번에도 국민들 반응은 똑같았습니다 교육부가 내놓은 2020학년 대입 전형 얘긴데, 가장 크게 바뀐 건 지난 10년간 신봉해왔던 수시전형을 대폭 줄인다는 거죠 그런데, 정부의 정책 집행 방식이 어처구니없습니다 각 대학이 내년 대입 전형을 발표하기 이틀 전 교육부 차관이 직접 전화를 걸어 '정시모집을 늘려 달라'고 했고, 이 말 한마디에 대학들은 갑작스레 수시를 대폭 줄이고 정시모집은 늘렸거든요 그렇게 되면 수시전형에서 20%나 차지했던 학생부 종합전형도 폐지에 들어가게 되는데, 당장 내년에 수능을 치는 고2 학생들은 말 그대로 '멘붕' 상태 고1은 새 교육 과정까지 적용돼 수능 범위가 아예 바뀌고, 그 아래인 중3은 수능 절대 평가뿐 아니라 학생부 기재 방식·내신 등 뭐가 어떻게 바뀔지 몰라 입시 준비를 아예 못 할 지경이 돼 버렸죠 이런 걸 전화 한 통이 불러온 '나비효과'라고 해도 될까요 정부는 당장 이대로 시행하는 게 아니라 국가교육회의에 상정해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하지만 또다시 갑론을박에 사로잡혀 아무런 결론이 없다면 수험생만 골탕을 먹게 되겠죠 1993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된 이래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거의 매년 바뀌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육 현장에선 언제 또 뭐가 바뀔지 모르는 정책 때문에, 학업과 더불어 이중삼중의 입시지옥을 겪고 있습니다 독일은 '스스로 학습법', 미국은 '기회균등 교육', 핀란드는 '평등교육', 영국은 '교양인 양성 교육' 듣기만 해도 그 나라의 이미지가 딱 떠오르죠 이처럼 각 나라는 자국의 정치와 경제·문화와 복지를 아우르는 교육철학이 있습니다 그에 따라 교육 정책을 만들고 아이들을 지도하죠 뚜렷한 철학까진바라지 않더라도 정책을 내놓기 전에 우리 아이들이,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게 뭔지부터 먼저 물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냥 전화로 '바꿔 달라'고 할 게 아니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