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한 판, 치킨 한 접시 [신동욱 앵커의 시선]

피자 한 판, 치킨 한 접시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일본 동화 '우동 한 그릇'은 가난한 세 모자를 진심으로 배려하는 우동집 이야기입니다 늘 한 그릇만 시키던 어머니와 형제가 가난을 벗고 세 그릇을 시킨 날, 우동집은 눈물바다가 되지요 동화보다 진한 실화가 삼각지 국수 한 그릇에 담겨 전해옵니다 IMF 바람에 빈털터리가 된 남자가 용산 역전을 배회하며 한끼를 구걸했습니다 쫓겨나기를 거듭하다 못해 삼각지 뒷골목 허름한 국숫집에서 다짜고짜 한 그릇을 시켰습니다 국수를 허겁지겁 퍼넣자 주인 할머니가 그릇을 가져가 한가득 다시 내줬습니다 두 그릇을 다 비우고 그는 도망쳤습니다 할머니가 쫓아나오며 소리쳤습니다 "그냥 가! 뛰지 마, 다쳐!" 남자는 세상에 품었던 증오를 버렸습니다 파라과이로 이민 가 사업가가 된 그를 통해 사연이 알려지자 국숫집에 긴 줄이 섰습니다 탁자가 넷뿐이었던 가게는 번듯한 맛집이 됐습니다 홀로 딸을 키우는 아버지가 코로나로 실직했습니다 일곱 살 생일에 딸은 피자가 먹고 싶다고 했지만 통장 잔고가 5백71원 뿐이었습니다 그는 피자가게에 사정을 말하고 "기초생활비 받으면 갚겠다"고 했습니다 '결제 완료' 전표를 달고 배달된 피자 상자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따님이 또 피자 먹고 싶다고 하면 연락 주세요" 코로나로 어렵게 가게를 꾸리는 서른두 살 청년은, 주문이 쏟아지는 이른바 '돈쭐'이 나고 있다고 합니다 착한 가게의 매출을 올려줘 '돈으로 내는 혼쭐'입니다 이런 사연도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소년가장이 일곱 살 동생에게 치킨을 먹이려고 가게를 기웃거렸습니다 "5천원어치만 파시라"는 형제를 주인은 공짜로 푸짐하게 대접했습니다 동생은 형 몰래 몇 번 더 찾아가 치킨을 먹었고, 주인은 동생을 미용실로 데려가 머리를 깎아주기도 했습니다 형은 체인점 본사에 써 보낸 긴 감사 편지를 이렇게 맺었습니다 "저도 커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시는 사장님같이 멋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치킨집 주인은 호된 '돈쭐'이 났고, 후원받은 매출에 더 보태 6백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피자가게 청년, 치킨집 주인 이야기엔 사람의 온기가 있습니다 지금 누구보다 어려운 시기를 힘겹게 버티는 분들이기에 그 연민과 배려가 더욱 귀하고 진솔합니다 국숫집 연탄불처럼 뭉근한 사랑입니다 세상 아직 살만하지 않습니까 8월 16일 앵커의 시선은 '피자 한 판, 치킨 한 접시' 였습니다 [Ch 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 공식 홈페이지 👍🏻 공식 페이스북 👍🏻 공식 트위터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 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