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는 욕설에도…"장난으로 용인될 수준" [학폭위 기획] / EBS뉴스 2023. 06. 13

[EBS 뉴스12] 이렇게 심각한 피해에도 언어폭력과 같은 정서적 폭력은 학폭위 처분 대상에서 빠질 때가 많습니다 학폭위가 조치 결정문에 명시한 이유를 하나하나 분석해봤는데요 폭력에 대한 미온적 인식과 함께, 갈등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사례까지 있었습니다 서현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2년 가까이 친구의 외모를 비하하고 욕설과 인신공격성 발언을 해온 중학생들 피해 학생은 심한 불안과 우울을 호소했지만, 신고내용의 상당 부분은 학교폭력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어른들 눈엔 과격해 보여도 그 나이대 학생들에겐 장난으로 용인될만한 수준이라는 겁니다 동급생과 마주칠 때마다 폭언하고, 얼굴을 찌푸리는 등 싫은 티를 냈던 고등학생 1년 넘게 특정인을 겨냥한 모욕적 언행에도 '고의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취재진은 학폭위 조치 결정문에서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한 문장들을 따로 분석했습니다 전체의 70%에서 '증거'가 언급됐는데, 주장이 다른 상황에서 증거가 불충분해,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논리로 이어집니다 가뜩이나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물리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데, 입증의 책임마저 전적으로 피해 학생에게 있다 보니 제대로 된 조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신고한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가해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사례도 40%가 넘었습니다 인터뷰: 김승혜 대표 / 유스메이트 "조치를 기준하는 표에도 피해 측의 어떤 의사나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채로 점수가 매겨져서 가해 학생 조치가 내려가고 있고 또 그런 여러 가지 상황들 친분이 있었다 또 이게 그렇게까지 하려고 한건 아니었다 장난이었다 실수였다라는 걸로 계속 뭔가 이 가해 행동을 축소시켜주고 있거든요 " 언어폭력에 대한 미온적 인식도 조치 결정문 곳곳에서 나타났습니다 심한 욕설과 모욕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요즘 학생들의 일반적인 언어 사용이다' '우발적으로 감정을 표현한 정도'라며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SNS에 조롱이 섞인 글과 함께 한 학생의 사진과 전화번호까지 게시한 중학생에 대해선, '세 살 어린 피해 학생의 반말이 갈등의 원인이 된 측면이 있다'며,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기도 했습니다 마음을 다치게 하는 정서적 폭력이 학교폭력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기울어진 심의 구조 속에, 피해 학생의 목소리는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BS 뉴스 서현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