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G] 가면 속 눈물‥감정노동자의 비애

[뉴스G] 가면 속 눈물‥감정노동자의 비애

[뉴스G] 가면 속 눈물‥감정노동자의 비애 EBS 뉴스(News), 14 12 26, ep 297 대한항공의 일명 땅콩회항 사태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습니다 지난 해 여객기 안에서 대기업 임직원이 승무원을 폭행한 사건과 더불어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감정 노동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도 감정노동자들은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감정이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닌 그들의 이야기, 함께 들어보시죠 [리포트] 노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바로 ‘육체노동’입니다 산업화 시대의 가장 전통적인 노동 형태이죠 인류가 수행해온 또 다른 노동은 ‘정신노동’으로 주로 두뇌를 사용해 일을 처리합니다 그런데 올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최악의 직업 7위로 꼽은 항공 승무원은 육체노동과 정신노동 외에 또 하나의 노동을 해야 하는데요 바로 ‘감정노동’입니다 “타인의 감정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것” 사회학자인 앨리 러셀 혹실드 교수는 1983년에 펴낸 책에서 ‘감정노동’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소개했습니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3차 산업이 확대되면서 슬퍼도 웃고 화가 나도 참는 등 개인의 감정을 숨기고 통제해야 하는 새로운 노동 형태가 등장한 겁니다 그리고 이 감정노동은 경쟁에서 이기려는 기업들에 의해 노동자에게 강요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커피업체인 스타벅스의 오래된 서비스 철학은 ‘Just say YES’! 고객에게 무조건 ‘네’라고 대답하는 건데요 고객이 어떤 불만을 제기하거나 다소 지나친 요구를 하더라도 점원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합니다 고객이 놀라움과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도 직원들의 의무인데요 기다리는 손님에게 농담을 건네거나 생일은 맞은 손님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심지어 커피를 대신 사주는 등 고객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라고 교육합니다 고객의 감정을 챙기느라 직원의 감정은 뒷전인 거죠 영국의 샌드위치 체인업체인 프레타망제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각 매장으로 일명 ‘미스터리 쇼퍼’로 불리는 모니터 요원을 보냅니다 고객인 척 하며 매장을 방문하는 미스터리 쇼퍼는 직원들의 서비스를 몰래 점검하는데 만약 불친절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불이익이 주어지기 때문에 직원들은 더 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에서 유래된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이처럼 두 얼굴을 가져야 하는 감정 노동자들이 많이 겪는 증상인데요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무조건 웃는 증상으로 겉으로 보이는 감정과 실제 감정이 부조화를 이루면서 식욕 감퇴, 우울증, 자살 충동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서비스 직종이 여성의 직업이라고 여겨지면서 감정노동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강제되고 있다는 사실인데요 콜 센터 상담원, 홍보 도우미, 매장 판매원 등은 감정 노동에 따른 더 높은 임금을 받기는커녕 이런 저임금 노동자에게 감정 관리는 오히려 필수요건이 되고 있습니다 감정조차도 만들어 팔아야 하는 세상 모든 것이 상품화되는 자본주의 시대에 미소를 파는 감정 노동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