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2 [두 번 버림받은 아이들] 7편 '탈북학생 전문가' 교사들 전문성 살리자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김경렬 교사는 탈북학생을 처음 맡았던 해를 잊지 못합니다 다문화 업무를 해 봤다는 이유로 탈북학생을 맡게 된 건데, 정작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과 탈북학생들은 사정도 환경도 전혀 달랐습니다 마땅한 연수나 지원 과정도 없이 맞닥뜨린 현실에 시행착오도 여러 번, 아이의 마음을 여는 데만 1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김경렬 교사 / 경기 하남중 "어떻게 접근해야 될지, 내가 뭘 조심해야 될지, 어디까지 다가가야 되는지 괜히 상처 주는 거 아니야, 나의 말이 이런 걱정 때문에 되게 난감했죠 " 김 교사는 비슷한 학생들을 더 돕고 싶다는 생각에 탈북학생들이 초기 정착교육을 받는 하나원의 하나둘학교 파견근무를 신청했습니다 수많은 탈북학생들을 3년 동안 만나면서 교사가 해야 할 역할도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학생과 사회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경렬 교사 / 경기 하남중 "아이들이 찾아갈 수 있게 뭔가 유관기관들을 연결시켜주고 안내해주는 역할이 너무나 중요한 거예요 교사의 역할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져야 되는가에 대해서 더 많이 확 느끼게 됐어요 " 그런데 3년간의 파견 근무 기간이 끝난 뒤, 김 교사가 돌아온 학교에는 정작 탈북학생이 한 명도 없습니다 각종 기관에서 운영하는 탈북학생 상담 사업에 자원한 적도 있지만, 일회성 행사에 그친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인터뷰: 김경렬 교사 / 경기 하남중 "(학생에게) 제 연락처를 남겨줬지만 연락받지는 못했거든요 그래서 연결고리가 어느 정도 탄탄한지에 대해서 회의가 들기 때문에 모르겠어요 계속돼야 되는데…" 하나둘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남현욱 교사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탈북학생들이 학교를 떠난 뒤에도 학생들과 연락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현욱 교사 / 하나둘학교 "아이들과의 어떤 선은 놓지 않고 있어요 나간 아이들하고도 계속 연락을 하고 특별히 더 지도가 필요하고 더 케어가 필요한 아이들 같은 경우는 개인적으로 만나기도 하고…" 남 교사가 특히 걱정하는 건 탈북학생들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른 채 학업을 포기하거나, 잘못된 소문만 듣고 피해를 보는 경웁니다 탈북민들은 엄격한 통제 하에 생활한 경험 때문에 국가기관의 도움을 얻기보다 사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탈북학생들은 학업이나 진로에 대한 정보를 주변 지인에게서 주로 얻는다고 답했고, 절반이 넘는 탈북민들이 사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취업 정보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남현욱 교사 / 하나둘학교 "교육 전문가 입장에서 이렇게 판단해서 말씀을 드려도 결국은, 저희들 얘기 따라서 하시는 분도 있지만 하나원 나가서 주변에 있는 기존 탈북민들, 아는 사람들 통해서 듣는 얘기 통해서 갑자기 확 뒤집는 경우도 되게 많고요 " 꾸준한 지원이 필수적인 탈북학생들에게, 하나원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교사들은 중요한 연결고리가 돼 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초기정착단계부터 사회진출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면서 탈북민 사회부터 교육단체까지 폭넓은 관계망을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하나원 출신 파견교사들이 배출된 지 10년째지만, 이런 인력들을 전문적으로 활용하는 사업은 아직 미약한 수준입니다 인터뷰: 남현욱 교사 / 하나둘학교 "어떻게 보면 이 3년 동안 탈북청소년 교육에 있어서 전문성을 쌓은 사람들인데 일반 학교로 돌아가서 다시 평범한 선생님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게 너무 아쉽죠 " 교사들은 다년간의 노하우를 더 효과적으로 교육현장에 전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을 저희가 어려울 때 어디다 문의해야 되지? 그것도 생각이 안 날 거거든요 그럴 때 저희 연락처라도 그래서 '이럴 때는 이렇게 하면 좋아요'를 저희 사례 갖고, 개인 사례일 수는 있지만 참고가 되시게 딱 떠오를 수 있게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 "진로나 학교 적응이나 또는 집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지역 하나센터와 연결해줄 수 있는 그런 전문 상담 선생님이 분명히 존재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저는 그거 있으면 어디든지 뭐 저는 뭐 의정부건 파주건 어디든 다 달려갈 생각을 하고 있고요 "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