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떠나볼까요...?

늦었지만, 떠나볼까요...?

늦었지만, 떠나볼까요? 사랑이라 말하며 모든 것을 이해하는 듯 뜻 모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속삭이던 우리 황금빛 물결 속에 부드러운 미풍을 타고서 손에 잡힐 것만 같던 내일을 향해 항해했었지 눈부신 햇살 아래 이름 모를 풀잎들처럼 서로의 투명하던 눈길 속에 만족하던 우리 시간은 흘러가고 꿈은 소리 없이 깨어져 서로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멀어져 갔지 우, 그리움으로 잊혀지지 않던 모습 우, 이제는 기억 속에 사라져가고 사랑의 아픔도 시간 속에 잊혀져 긴 침묵으로 잠들어가지 사랑이라 말하며, 더욱 깊은 상처를 남기고 길 잃은 아이처럼 울먹이며 돌아서던 우리 차가운 눈길 속에 홀로 서는 것을 배우며 마지막 안녕이란 말도 없이 떠나갔었지 숨 가쁜 생활 속에 태엽이 감긴 장난감처럼 무감한 발걸음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우리 시간은 흘러가고 꿈은 소리 없이 깨어져 이제는 소식마저 알 수 없는 타인이 됐지 우, 그리움으로 잊혀지지 않던 모습 우, 이제는 기억 속에 사라져가고 사랑의 아픔도 시간 속에 잊혀져 긴 침묵으로 잠들어가지 긴 침묵으로 잠들어가지 저와 저의 가족은, 너무 오래 여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가난했으니까요 ** 병신 같죠? 하지만 세상의 모든 병신 같은 인간들이 병신 같으려고 병신처럼 사는 건 아닙니다 여러분들처럼, 저에게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좇같은 나라에, 나의 사랑하는 누나, 나의 사랑하는 조카들이 살고 있고, 이 조카 색기들은 심지어 삼촌이랑 나누는 대화를 좋아했었어요 다행히 삼촌이 영어를 잘 했거든요 하이, 아임 유어 삼촌 잇츠 빈 어… 롱 타임 씬스 아 돈 스피킨 잉글리쉬 쏘우 잇츠 뤼얼리 할 투 톡 투 인 잉글리쉬 디이즈 데이즈… 식팔 텍사스 오스틴에 사는 나의 여동생, 송시연 제 인생의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이 놈, 아니, 이 년을, 꼭 보고 죽자 할 정도로 제가 사랑하는 여동생입니다 그리고 저의 누나 이 여자 얘기는 차마 못하겠습니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요 참 사람은 이상하고, 사람의 인생은 이상하고, 사람의 관계는 이상합니다 그래서 이름을 불러봅니다 킴은창, 정향용, 킴현수, 최유진, 박은우 오금석, 한성종 마준철 송시연 한현경 한 때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죽어가는 게 소원이었던 적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그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들도 저 같지 않을까 두려워지는 마음에서요 저 명단은, 지난 2주간 저희 집을 방문한 사람들의 이름이거나, 혹은 곧 방문할 사람들의 이름입니다 무섭습니다 왜 자꾸 오는 거지? 내가 대체 뭘 잘못했길래 하지만, 오세요 계속 오세요 대환영입니다 나는 진정 이 사람들의 방문을 사랑의 매라고 여깁니다 사랑하오 나의 남은 시간 동안 딱 그만큼만 그 뒤는 나도 모르니 고 김광석 사랑이라 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