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책의 오늘 이 사람] 정의를 결정하는 판사
판사는 정의가 무엇인지 결정하는 자립니다. 참 외로운 자리이지요. 그리스 신화에서 정의의 여신은 ‘디케’인데 왼손엔 저울을 오른손엔 칼을 들고 있습니다. 저울은 한 쪽에 물건을 놓고 다른 쪽엔 추를 놓아서 무게를 다는 도굽니다. 판사는 죄의 무게를 다는 직업인 겁니다. 그런데 정의의 여신 디케는 눈이 먼 여신입니다. 정의를 결정하는데 그 어떤 사적인 정이나 편견이 개입해선 안 되기 때문이지요. 어제 서울 중앙지검이 국정원 댓글사건 등 몇몇 사건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법원을 노골적으로 공개 비난했습니다.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치고 나왔습니다. 정말 그랬을까요? 구속영장을 심사한 오민석 판사는 덕분에 적폐판사로 불리며 오늘 하루 포털 검색어 상위를 오르내렸습니다. 검찰이 법원에 이렇게 화를 낸 건 영장이 기각된 국정원 댓글 사건이 적폐청산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타깃이기도 하지만 이 사건을 총지휘하는 윤석열 중앙지검장이 한직으로 좌천됐던 원인이 된 사건이어서가 아닌가 하는 말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설마 그렇진 않겠지요. 만약 제가 오 판사였다면 이런 중압감을 견디기 어려웠을 겁니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하는 자립니다. 그래도 법원은 참지 않았습니다. ‘도를 넘어서는 비난과 억측’이라고 맞받았습니다. 때론 침묵이 가장 큰 분노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검찰의 비난 만큼이나 법원의 대응이 낯설어보이는 이유입니다.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홈페이지 : http://news.tvchosun.com/ 뉴스제보 : 이메일([email protected]),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