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보다...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보며 소설과 영화를 생각하다 “사람들은 영화를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벽에 비쳐지는 평범한 그림인 영화는 현실의 환영이지 실재하는 물건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이건 이미지의 문제가 된다 대개 처음에는 영화를 수동적으로 보게 된다 그렇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이 되면 우리는 영화 속에 흠뻑 빠지고 만다 2시간 동안 매혹당하고, 속임수에 넘어가고 즐거워하다가 극장 밖으로 걸어 나오면 우리는 그동안 본 것을 거의 잊어버리고 만다 소설은 전혀 다르다 책을 읽을 때에는 단어들이 말하는 것에 대해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노력해야 하고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그런 다음 상상력이 활짝 열리면 그때는 책 안의 세계가 우리 자신의 인생인 듯 느끼고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냄새를 맡고, 물건들을 만져보고, 복합적인 사고와 통찰력을 갖게 되고, 자신이 3차원의 세계에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