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본색①] 안 좋은 기억 골라 없앨 수 있을까? / YTN 사이언스

[과학본색①] 안 좋은 기억 골라 없앨 수 있을까? / YTN 사이언스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화제의 뉴스를 골라 과학기자의 시선으로 분석하는 과학본색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어떤 이야기 나눠볼까요? [기자] 혹시 영화 '이터널 선샤인' 보셨나요? [앵커] 네,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데, 2015년에 재개봉하기도 했죠? 저는 아직 못 봤는데 많은 분들이 인생영화라고 추천해주더라고요 [기자] 네,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죠 남자 주인공이 연인과 헤어진 후에 너무 힘들어서 연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내용인데요, 지우고 싶은 기억만 선택적으로 삭제하는 기계가 있다는 독특한 설정 때문에 많은 상상을 자아내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런 영화 속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일이 미래에 실제로 가능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영화를 안 봤지만, 영상만 봐도 뭔가 애틋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실제로 가능하다면 슬픈 기억은 물론 창피한 기억까지 지우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어떤 원리로 가능하다는 건가요? [기자] 영화처럼 아예 연인과 경험했던 모든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워주는 것은 아닙니다 기억은 뇌의 여러 부분에 저장되기 때문에 아직 뇌의 모든 기능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는 기억을 완벽히 지우기는 힘든데요, 그래서 연구진은 새로운 접근을 한 겁니다 우리가 기억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은 기억을 떠올릴 때 그 기억과 관련된 감정이 들기 때문이라는 것에 착안해서요, 기억과 감정의 연결고리를 끊어주는 방법을 제시한 겁니다 한마디로, 슬픈 기억을 떠올릴 때 더 이상 슬프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 뇌에서 기억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가 '해마'인데요, 뇌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부위로 지름은 1cm 정도에 길이는 5cm 정도입니다 미국 보스턴대 연구팀이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는데요, 먼저, 생쥐에게 좋은 기억 나쁜 기억을 심어주고 뇌의 어떤 부위가 활성화되는지를 관찰했습니다 수컷 생쥐에게 암컷을 만나는 즐거운 경험을 하도록 하고 뇌를 관찰했더니, 해마의 위쪽이 활성화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생쥐의 발에 약하지만 불쾌한 전기 자극을 줄 때는 해마의 아래쪽이 활성화됐다고 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긍정적인 기억은 해마의 위쪽, 부정적인 기억은 해마의 아래쪽을 활성화했다는 거죠? [기자] 네, 이런 관찰을 토대로 본격적인 실험을 했는데요, 연구팀은 레이저 광선으로, 그러니까 빛으로 생쥐 해마 아래쪽을 자극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생쥐가 공포나 불안과 연관된 행동 변화를 보였습니다 반대로 해마의 위쪽을 자극하자 나쁜 기억에 대한 충격을 덜 보이고 정신적 외상도 완화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부정적 기억을 약화하는 방법을 발견했다는 겁니다 해마의 윗부분을 계속 자극하면 결국, 안 좋은 감정이 있는 기억을 제거할 수도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앵커] 이런 방법이 사람에게도 가능하다면 아픈 기억을 지우는 것뿐 아니라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전쟁에 대한 기억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는 데 쓰임이 많을 것 같은데요?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연구는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우울증, 불안증을 치료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물론 뇌 연구는 살아있는 사람에게 실험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제한돼 있어서요, 인간 뇌에 대한 시간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영 [YTN 사이언스 기사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