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시절 101 이등병의 하루 4 정비시간 (제2사단, 노도부대, 교육사단, 32연대, 스키대대, 양구, 구암리, 군대이야기, 팔도사나이, 총기수입, 군사우편, 저녁식사,)
이등병시절 101 이등병의 하루 4 정비시간 오후 5시 교육 훈련이 모두 끝나고 연병장에 모여 인원점검을 한 후에 구령조정과 군가 한곡을 하고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합니다 군가는 거의 대부분 ‘팔도 사나이’이라는 진중가요를 부릅니다 보람 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두 다리 쭉 펴면 고향의 안방 얼싸 좋다 김일병 신나는 어깨춤 우리는 한 가족 팔도사나이 힘차게 장단 맞춰 노래 부르자 정다운 목소리 팔도 사나이 노래는 이렇게 하지만 이등병에게는 전혀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내무반에 들어가 두 다리 쭉 펴며 쉼을 얻을 수 있는 고향의 안방일 수 없었습니다 신나게 어깨춤을 출 기분도 아니었고 정다운 목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명령과 지시하는 소리만 가득했습니다 배가 고팠습니다 군대 밥을 짬밥이라고 부르는데 어느 고참이 들려준 ‘짬만 나면 배가 고픈 밥’이라는 해석처럼 점심을 먹고 돌아설 때부터 고팠던 배였습니다 그러나 하루 일과가 끝났다고 곧바로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업무를 마치고 내무반에 들어가면 저녁식사 때까지 한 시간 동안 하루의 교육을 마무리하는 정비시간이 시작 됩니다 이 정비시간은 졸병들과 고참들에게 극명하게 반대되는 의미의 시간입니다 고참들은 이 시간을 휴식시간으로 보냅니다 고참들은 군화를 벗고 침상에 올라가 장기도 두고, 바둑도 두고, 전축을 틀어 음악도 듣고, TV도 시청합니다 또 침상에 벌렁 누워 피곤한 몸을 쉬기도 합니다 고참들은 훈련으로 지친 육체를 정비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졸병들은 진짜 정비시간을 보내야합니다 각자 자기 분대의 모든 총기와 교보재, 기타 부수 기자재들을 손질합니다 그 당시 우리들은 총기와 기자재를 닦고 청소하는 것을 ‘수입’이라고 했지만 이 말은 일제의 잔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손질’로 바꾸겠습니다 ‘병기 손질’은 총검류를 깨끗하게 소제하고 닦아주는 것을 말합니다 기관총을 분해하고 60미리 박격포를 분해하고 소총들을 분해하여 총기 손질 6단계의 원칙에 의거하여 먼지 한 점 없이 닦고 다시 조립을 합니다 우리 기관총분대에는 기관총 2정과 소총 5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관총 부속자재로 예비총열, 전륜기, 굴대, 삼각대 등이 있습니다 이 모든 총기류를 모두 분해하여 손질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속해 있는 총1분대는 졸병이 4명이나 있어 그런대로 일할 사람이 많았지만 포분대는 내가 전입갔을 때 주임일병인 서일병이 제일 졸병이었기 때문에 그의 후임이 들어올 때까지 총분대에서 지원해 줘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