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의 기자수첩]'찌라시의 사회학' 찌라시는 그저 자투리가 아니다(20130527)
■ 방송 : FM 98 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변상욱 대기자 최근 '찌라시'의 폐해에 대한 걱정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별장 성접대 리스트'라는 정치적 이슈부터 '남녀 인기 가수들의 스캔들과 가족분쟁'에 이르기까지 찌라시 내용들이 잇달아 사회의 관심을 모았다 찌라시는 시중에 나도는 '사설 정보 서비스 문건'을 일컫는 말이다 권력자 주변 이야기, 기업과 재력가들의 속 사정 이야기, 연예계 뒷 담화 등이 실려 있다 찌라시는 '지라시'(ちらし)라는 일본어에서 온 것이고 이것은 지리스(뿌리다)의 명사형으로 광고용 전단을 일컫는 말이다 찌라시 누가 만들고 누가 보는데 ? 서울 여의도나 광화문 등지에서 열리는 정보 담당자들의 계모임이 찌라시의 근원지이다 기업체의 홍보/대외협력팀 담당자, 기획조정 부서의 정보분석 담당자, 사정기관이나 정보기관의 전현직 요원, 주간지 기자, 금융사 정보 분석 담당자, 정치인들의 보좌관 등이 참여하는 계모임이 10여개 이상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모아 온 정보를 꺼내서 공유하고 평가해 보고용 문서를 만든다 그 자리에서 함께 또는 모임 후 개별적으로 만들어 상부나 상관에게 보고한다 이 보고내용은 관련 기관이나 기업 내에서 돌려보다 사설 정보지를 운영하는 업자나 업체로 흘러 들어간다 업자들이 다시 정리해 상품화 된 것이 우리가 찌라시라고 일컫는 종합 정보지이다 격주로 발행되는 것이 보통인데 한 달에 구독료는 30만원~50만원 수준이다 이 찌라시 내용은 계모임 참석자, 찌라시 업체 관계자, 유료로 구독한 기관의 정보 방출, 취재 기자의 입수 등을 통해 대중에게 전파된다 증권가 찌라시라고 부르는 건 각종 정보에 민감한 다수의 증권사들이 여의도에 몰려 있고, 증권사들이 빠짐없이 찌라시를 구입해 읽고 유통시킨 탓으로 보인다 찌라시의 구독자 역시 기업, 기관, 연예기획사, 언론계 등이다 정보가 권력인 만큼 어떤 정보든 신뢰도에 관계없이 빨리만 입수하면 확인해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다 골프나 술 모임에서 이런 저런 최신 정보, 첩보를 풀어내면서 좌중을 이끌어가는 것도 비즈니스니까 또 찌라시의 가십과 뒷담화를 주고 받는 행위는 모인 사람들끼리의 동류의식 내지는 공범의식을 북돋아 친밀감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 마치 훔친 물건을 슬쩍 건네받는 행위와 비슷해 보인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소문이나 추문과는 달리 찌라시에 의한 가십은 선택된 사람들에게만 전달되는 정보의 형태를 띠기에 동류의식이 높아지는 것 자기 조직에 대한 험담은 물타기나 틀어막기로 방어할 수도 있다 또 경쟁 상대의 부정적 정보는 널리 퍼뜨려 깎아 내릴 수도 있다 자기 조직 정보가 찌라시에 실리도록 작업을 해 노이즈마케팅의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그런 활동을 함에 있어 조직에 돈과 인력이 풍부해 정보팀을 운영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사설 정보종합지인 찌라시에 의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