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최저임금
춥고 고요한 겨울 새벽, 세상에 온기가 돌기엔 아직 이른 시간입니다 영하의 날씨에도 남들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터뷰 박혜숙 : "(추운데 어디 가세요?) 일하러 가요 (어디로 가세요?) 신촌 (어떤 일 하세요?) 목욕탕 청소해요 내가 건강해서 내 손으로 일하고 내 마음대로 쓰는 거 " 인터뷰 김삼환 : "쓰레기, 쓰레기 비우러 다녀 (월급은 많이 받으시나요?) 한 팔십 몇 만 원 정도 그런데 그거 가지고 먹고 살겠어요? (그 월급으로 가족과 같이 사시는 건가요?) 그렇죠 (힘들지 않으세요?) 아무래도 힘들죠, 힘 안 들겠어요? 그래도 먹고살려니까 " 인터뷰 이은목 :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좀 오른다고 하던데, 아버님 월급에도 반영이 되나요?) 안 돼요 이번에도 우리가 주 40시간으로 해서 하려고 했는데 그냥 자르려고 그러는 거 같더라고요 나이 먹었다고 월급도 깎으려고 하고 " 새벽 4시 10분에 출발한 첫차는 20여 분만에, 발디딜 틈 없는 만원 버스가 됐습니다 법으로 정한 최소한의 임금, 바로 최저임금입니다 올해는 시급 5580원으로 정해졌습니다 일을 할 때 이 돈보다 더 적게 주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저소득층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의 보호가 절실한 이들에게 이 제도는 과연, 마지막 버팀목이 되고 있을까요? 방학이라 텅 빈 학교, 교직원마저 퇴근하고 나면 학교에 남는 건 야간 당직기사뿐입니다 깜깜한 복도를 손전등으로 밝히며 순찰합니다 녹취 "생물실이기 때문에 한번 열어 봐야 돼요 수업을 여기서 하니까 " 녹취 "저기 환풍기 같은 거를 안 끄고 가면 그걸 꺼 줘야돼요 환풍기가 오래 돌면 열이 나서 화재 염려가 됩니다 " 이 학교에서 야간 당직기사로 일한 지 5년째입니다 올해 나이 일흔여섯 녹취 "얼마죠? 3천 원 입니다 예 수고하세요!" 일을 시작하면서 저녁은 늘 혼자 먹습니다 평일엔 오후 4시 30분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8시 30분까지 16시간, 주말엔 24시간 내내 학교에서 보내는데도 통장에 찍힌 월급은 90만 330원 이것저것 떼는 보험료와 세금을 감안해도 법이 정한 최저임금에 못 미칩니다 왜 그럴까, 용역 회사에선 하루 6시간 30분 만 일하는 시간으로 간주하고, 나머지 시간은 일을 하지 않는, 이른바 '휴게 시간'으로 정해 시급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녹취 용역업체 관계자 : "말 그대로 휴게 시간이에요 그 시간은 자유시간인데 자꾸 이걸 얘기하는 게 " 그런데 용역회사의 업무 지침엔 밤에 발생하는 집단 범죄 행동에 철저히 대비하고, 근무지를 이탈하지 말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모씨(야간당직기사) : "겨울엔 찬바람에 의해서 감지기 비상(오작동)이 걸려요 오래 있다 보면 감지기 자체에 이상이 있어서 그거 자체가 비상이 걸려요 그럼 새벽 2시도 좋고 3시도 좋고 일어나야되는 것이 (경비회사 직원이) 달려오니까요 ) 제대로 쉬지 못하는 대기 시간이지만, 근무 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녹취 "(최저임금이 인상됐다는 소식이 들려도 그렇게 반갑지는 않으시겠어요 ) 그건 뭐 그림의 떡이라고 얘기하죠 잘리지 않을 때까지만이라도 근무를 계속했으면 좋겠다 그 바람밖에 없는 거죠 " 이 아파트 경비원은 새해부터 '휴게 시간'이 한 시간 더 늘었습니다 그러나 쉬는 시간이 늘어도 좋은 게 아닙니다 휴게 시간인 식사 시간에도 초소를 떠날 수 없고, 녹취 "나가면 근무지 이탈이라 그래서 뭐라고 하고 " 주민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한밤 중에도 전화를 받고 달려가야 합니다 녹취 "휴게실에서 머리맡에 위에다가 휴대폰을 놓고 잡니다 (왜요?) 택배 찾으러 와서 달라고 하니까 그렇죠 " 실제 쉬지 못하는 '휴게 시간'이 늘어나면서 월급만 줄었습니다 올해부터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 단속 업무 종사자들도 최저 임금을 받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