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아직도…“약 없이 못 살아요” / KBS뉴스(News)

상처는 아직도…“약 없이 못 살아요” / KBS뉴스(News)

규모 5.4. 역대 두 번째로 컸던 포항 지진이 난 지 2년이 됐습니다.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재민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은 대부분 참사에 따른 트라우마로 일상 생활에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혜미 기자가 찾아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아직도 이재민 2백여 명이 남아 있는 지진 대피소. 이곳에서 2년 동안 살아 온 신순옥 할머니는 지진 트라우마 고위험군입니다.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로 하루하루 버텨 보지만, 시도때도 없이 불안과 공포가 닥칩니다. [신순옥/지진 트라우마 고위험군 : "꿈도 막 꿈꾸죠. 지진 꿈꾸죠. 맨날 꿈꾸면 지진와서 옷 한 개 들고 도망가다가 깨고 그래요. 왜 이렇게 지진에서 못 벗어나는지..."] 지진의 충격 때문에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둔 최호연 씨, 현관 앞에는 생존가방이 늘 놓여있습니다. 갖가지 비상약부터 헬멧에 손전등까지. 또 닥칠지 모르는 지진이 두려워 차를 타지도 못합니다. [최호연/지진 트라우마 고위험군 : "사회적으로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에 지금 이러고 있는 부분들이... 집도 완파가 되고 그러니까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죠."] 이같은 지진 트라우마 고위험군만 50여 명. 지진 이후 포항 시민 42%가 지진 공포와 트라우마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달 말에야 트라우마 센터가 문을 열지만, 예산이 부족해 계속 운영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정은주/포항시 트라우마 치유 팀장 : "트라우마 치유가 혼자서 치유되는 부분이 아니고 정부나 지자체에서 함께 지원해야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예산이 지원돼야..."] 2년이 지났는데도 피해 주민들은 여전히 '그 날'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혜미입니다.